"약관에 법률상 근거 없는 계약해지권 부여"…포털 종속된 언론자유 시험대

연합뉴스가 대형 포털사이트 네이버·카카오로부터 뉴스 콘텐츠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당한 데 불복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연합뉴스는 15일 서울중앙지법에 네이버와 카카오를 상대로 하는 '계약해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네이버·카카오가 공동으로 비용을 들여 운영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이하 제평위)는 연합뉴스가 올해 3∼7월 포털에 송고한 일부 기사가 '등록된 카테고리 외 전송'(기사형 광고)이라는 이유로 지난 12일 계약 해지를 권고했다.

연합뉴스는 같은 사유로 9월 8일부터 10월 10일까지 32일 동안 포털 노출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제재를 받은 뒤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사회적 환원을 약속했음에도 사실상 포털에서 퇴출되는 제재를 받게 됐다.

연합뉴스 "일방적 약관 무효"…포털퇴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종합)
◇ 일방적인 계약 해지 가능하게 한 포털 약관
연합뉴스는 가처분 신청서에서 이번 계약 해지가 포털 회사들의 일방적인 내부 의사결정만으로 이뤄져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에 따라 무효이고, 따라서 계약이 해지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약관법은 법률상 근거 없는 계약해지권을 부여한 약관이 무효라고 규정한다.

아울러 사업자가 계약해지권을 행사할 요건을 완화해 고객에게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는 약관도 무효라고 정하고 있다.

네이버가 계약 해지 근거로 든 약관은 이 회사가 통지하면 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한다.

아울러 '제평위 의견을 준수한 데 어떤 의견도 제기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카카오 약관 역시 '제평위의 요청·의견·권고를 준수해야 한다'고만 언급할 뿐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는 다루지 않았다.

특히 네이버는 약관을 변경할 때마다 언론사가 이에 동의하는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사실상 자체적으로 약관을 변경하고 통보해온 것이다.

연합뉴스 "일방적 약관 무효"…포털퇴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종합)
◇ 총점도 채점 내용도 비공개 '깜깜이 심사'
연합뉴스는 앞서 32일의 포털 노출 중단 제재를 받은 뒤 대국민 사과를 하고 광고성 기사를 송고한 부서를 폐지했지만, 재평가에서 오히려 더 무거운 퇴출 제재를 받았다.

제평위는 100점 만점에 80점 미만으로 평가되면 계약 해지를 권고한다면서도 구체적인 채점 내용은 물론 연합뉴스의 총점이 몇 점인지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연합뉴스의 사과와 후속 조치가 결정에 반영됐는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연합뉴스는 가처분 신청서에서 이 같은 내용을 지적하면서 만약 포털 회사들의 통보대로 계약이 해지될 경우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보게 될 것이며, 따라서 일단 계약 해지의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연합뉴스는 또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작년 조사에 따르면 뉴스 이용자 86.6%가 네이버·다음의 인터넷 뉴스를 주로 이용한다"며 "계약이 해지되면 언론사인 연합뉴스가 공론장에서 퇴출되는 결과를 낳고, 이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라고 강조했다.

특히 연합뉴스는 언론사의 신뢰성을 강조하며 "포털이 위법한 계약 해지권을 행사하면서 아무런 소명 기회도 주지 않은 것은 언론인 연합뉴스에 국민이 가지는 신뢰와 명예에 심각한 불이익을 입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처분이 인용되더라도 채무자(포털)들은 손해를 입지 않거나 거의 입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언론 자유 포털에 종속될까…가처분 결과 주목
이번 가처분 결정은 향후 언론의 자유가 사실상 포털 사업자에게 종속될지 가르는 방향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거대 언론 플랫폼 사업자인 포털 업체들이 자의적인 판단만으로 언론사를 퇴출할 수 있게 되면 사실상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