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아르테미스 첫 무인 비행에 마네킹과 함께 '무중력지표'로 탑승
오렌지색 우주복 입고 선발대로 달 궤도 비행 나서는 '스누피'
미국 만화 '피너츠'에 등장하는 비글 '스누피'(Snoopy)는 우주와 인연이 깊다.

인류의 달 탐사 초기 아폴로10호 달 착륙선의 애칭이 되고, 우주왕복선을 타고 우주에도 다녀왔다.

이번에는 반세기 만에 이뤄지는 미국의 달 복귀를 향한 첫발이라고 할 수 있는 '아르테미스Ⅰ' 비행에 참여하게 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스누피는 내년 2월 발사를 위해 준비 중인 아르테미스Ⅰ 우주선에 우주비행사 대신 마네킹과 함께 탑승해 달 궤도까지 다녀온다.

선내 무중력 상태를 알려주는 '특수임무'를 맡았다.

아르테미스Ⅰ은 심우주탐사를 위해 새로 개발한 대형 로켓 '우주발사시스템'(SLS)과 유인 캡슐 오리온의 첫 비행으로 각종 성능을 점검하기 위해 무인 비행으로 진행된다.

이 비행이 성공하면 유인 비행(아르테미스Ⅱ)을 거쳐 2025년이나 그 이후에 아르테미스Ⅲ을 통해 인류 최초로 여성과 유색인종 비행사가 달에 착륙하게 된다.

스누피는 25×18㎝ 크기에 무게 140g으로 제작돼 오리온 캡슐이 무중력 상태에 진입하면 공중에 떠 제일 먼저 이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공식 명칭은 '무중력 지표'(zero gravity indicator). 인류 최초로 우주 비행을 한 유리 가가린이 보스토크 1호에 작은 인형을 갖고 간 이래 앵그리 버드나 거북 등 다양한 캐릭터 인형이 이용돼 왔다.

선내 각종 기기나 스위치에 부딪혀도 충격을 가하지 않도록 가볍고 부드럽게 제작되는데, 스누피 인형은 NASA 로고를 단 오렌지색 우주복을 입고 장갑과 신발까지 착용했다.

만화가 찰스 슐츠가 1950년대부터 그린 만화 피너츠의 중심 캐릭터인 찰리 브라운의 반려견인 스누피와 우주의 인연은 아폴로 10호부터 시작됐다.

아폴로 10호는 1969년 3월 아폴로 11호가 역사적 착륙을 할 지점을 5만 피트 이내에서 최종 정찰(snoop)하는 임무를 맡았는데 사령선에는 찰리 브라운, 달착륙선에는 스누피라는 콜사인을 이용한 것이 계기가 됐다.

스누피 인형은 1990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의 STS-32 미션 때 첫 우주비행을 했다.

NASA에서는 아폴로 시대 때 우주비행사들이 비행 안전이나 임무 성공에 기여한 관계자에게 공로를 인정하고 감사를 표하는 '스누피 실버 상'을 제정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수상자에게는 우주에 갖고 갔다 온 스누피가 새겨진 배지를 수여되는데, 아르테미스Ⅰ도 앞으로 수상 때 이용할 은 배지를 싣고 갈 예정이다.

오렌지색 우주복 입고 선발대로 달 궤도 비행 나서는 '스누피'
스누피는 미국인들에게 우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해왔는데, 애플 TV+를 통해 방영된 만화 시리즈물 '우주로 간 스누피'는 2019년에 방영돼 에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스누피가 우주비행사가 돼 달에 착륙하는 것을 다룬 데 이어 우주탐사를 이어나가는 내용으로 시즌2가 지난주에 시작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