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LF 제공]
[사진=LF 제공]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를 앞세운 마케팅이 계속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로지를 모델로 기용한 제품이 빠른 시간에 동나는가 하면, 로지가 출연하는 광고 영상의 유튜브 조회수는 1000만을 돌파할 정도다.

15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LF의 영캐주얼 브랜드 '질바이질스튜어트'의 '레니백'은 지난 9월 로지와 함께한 1차 화보를 공개한 이후 출시 초반보다 3배 가까이 빠른 속도로 재고가 소진됐다. 이후 LF는 한 달새 두 차례 재생산에 들어갔으며, 3차 재주문(리오더) 물량도 이달 중순까지 판매율 90%를 달성하는 등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로지는 MZ(밀레니얼+Z) 세대가 선호하는 얼굴형을 모아 탄생한 가상 인플루언서다. 지난해 12월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가 공개한 국내 최초의 가상 인플루언서로 '오로지'에서 따온 한글 이름을 붙인 캐릭터다. 가상 인물이지만 실제 모델처럼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고 활동 중이다. 올해에만 이미 광고비로 10억원가량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신한라이프 유튜브 영상 캡처]
[사진=신한라이프 유튜브 영상 캡처]
로지의 화제성은 그녀가 출연한 유튜브 광고 영상 조회수에서도 알 수 있다. 이날 기준 로지가 출연한 신한라이프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메시지를 담은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공개 3주 만에 1000만 뷰를 돌파했다. 로지가 성별이나 연령, 국적을 초월하는 다양한 댄서들과 함께 지하철 등 일상 장소는 물론,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까지 섭렵해 활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주목도와 성과가 높은 탓에 로지를 모델로 내세우는 사례는 더욱 늘고 있다. 패션 어플리케이션(앱) W컨셉은 로지를 앰버서더로 발탁하고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개성과 표현이 중요한 패션 플랫폼 시장에서 현실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롭고 본인만의 개성을 잘 표현할 수 있어 로지가 앰버서더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W컨셉 측 설명이다. .
[사진=로지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로지 인스타그램 캡처]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헤라도 올 4월부터 로지를 내세워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로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헤라의 블랙쿠션과 립틴트 등을 사용하고 후기를 남기며 헤라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실제 인플루언서가 쓴 듯한 게시글에는 댓글이 수백 개씩 달리는 등 소비자들 반응도 뜨겁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가진 로지가 실존 인물과 달리 각종 구설수에 휘말릴 가능성도 없고 몸값 역시 톱스타들에 비해 낮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소비층인 2030 취향을 만족시키려면 새로운 면모가 필요한데 로지가 그 부분을 충족시켜준다.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훌륭한 마케팅 수단이라 할 수 있다"면서 "광고모델 사생활이 논란이 돼 브랜드가 피해를 보는 사례도 적지 않은데 로지의 경우 사생활 논란이 생길 가능성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