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레스케이프호텔 글램핑 스위트룸에 설치된 LG 룸앤TV. / 사진=LG전자 제공
서울 중구 레스케이프호텔 글램핑 스위트룸에 설치된 LG 룸앤TV. / 사진=LG전자 제공
설치 및 이동이 편리한 TV·모니터 겸용 디스플레이 기기 ‘LG 룸앤TV’가 뒤늦게 판매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해 초 출시 당시 월간 판매량 1000~1500대에서 최근 6000~7000대까지 급증했다. 수치도 수치지만 가전제품으로는 흔치 않은 ‘역주행’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눈길을 끈다.

16일 LG전자에 따르면 룸앤TV는 원래 1인 가구나 신혼부부를 타깃으로 마케팅 전략을 짠 제품이었다. 그런데 ‘반응’이 온 고객층이 달랐다. 글램핑(고급 캠핑)을 즐기는 캠핑족 사이에서 입소문 났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해외여행 대신 캠핑에 입문한 젊은 층에서 룸앤TV를 찾는 수요가 늘었다.

제품의 ‘진가’를 알아본 이들이 캠핑에 룸앤TV를 가져가면서 TV 전용 가방까지 만들어졌다. 제품 인기에 부대 액세서리 시장이 생겨난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처음부터 전용 가방을 회사가 만들거나 한 건 아니다. 룸앤TV 고객들이 늘면서 관련 시장이 커졌다”고 귀띔했다.
사진=LG전자 제공
사진=LG전자 제공
이런 움직임을 감지한 LG전자도 올해 들어 구매자에게 전용 가방을 증정하는 등 ‘캠핑족 TV’로 마케팅 방향을 확실히 잡았다. 지난 15일부터는 강원 평창 ‘휘닉스 평창’ 글램핑존과 서울 중구 레스케이프호텔 글램핑 스위트룸에 LG 룸앤TV를 설치해 방문객들이 체험해볼 수 있게끔 했다.

가방뿐 아니라 우드스탠드, 트레이 등의 맞춤 제품도 나왔다. LG전자 관계자는 “룸앤TV 전용 가방이나 받침대가 있으면 좋겠다는 고객들 필요 때문에 자연스럽게 서드파티(제3자) 시장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회사도 캠핑 수요에 포인트를 맞춰 마케팅을 펼치게 됐다”고 설명했다.

27형(인치) 크기, 풀HD(1920×1080) 화질 등 디스플레이 자체는 올 7월 LG전자가 내놓은 이동식 스탠드 스크린 ‘LG 스탠바이미’와 유사하다. 다만 스탠바이미는 터치형 스크린에다 배터리를 장착해 집 안 어디든 이동 가능하단 차이점이 있다.

출고가 기준 30만원대의 합리적 가격에다 이동성, 웹OS(운영체제)를 통한 연결성 등이 어필해 마니아층이 형성된 셈. LG전자는 급증하는 룸앤TV 수요를 맞추기 위해 생산 계획을 다시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룸앤TV의 역주행은 타깃 마케팅 성공사례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