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항공모함 도입 없던 일 되나…예산 75억→5억 삭감

내년도 해군 경항공모함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돼 사실상 경항모 도입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16일 2022년도 예산안 심사 전체회의에서 해군의 경항모 예산 72억원을 5억원으로 삭감해 의결했다. 자료 수집과 조사를 위한 출장비 정도만 남긴 것으로, 경항모 건조 사업 추진을 신중히 재검토하라는 의미다.

국방위에 따르면 정부는 애초 기본설계 착수금 62억4100만원, 함재기 자료 및 기술지원 8억4천800만원, 간접비 9900만원 등 총 71억8800만원의 예산을 요청했다.

그러나 전날 국방위 예산소위는 해당 예산을 보류했고, 이날 회의에선 5억원만 통과시켰다. 의결된 5억원은 그대로 예결위로 넘겨졌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실제로 (건조 사업을) 해낼 수 있는 여건이 안 돼 있다는 게 예산소위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경항모 도입에 비판적이었던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도 "경항모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경항모 사업은 서두를수록 좋은데 이렇게 되면 전력 사업에 치명적인 것 아닌가"라며 "72억원 중 5억원으로 무엇을 할 수 있냐"고 말했다.

한국형 경함모 도입은 1990년대부터 해군의 염원이었다. 탐지장비와 방어무장 등을 갖추고 수직이착륙 전투기 등 다양한 항공기를 탑재·운용하는 3만~4만t급 경항모를 건조해 해양통제와 상륙작전 임무 등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해군은 평시에는 경함모가 항모전투단을 이끌며 전쟁 억지와 다양한 군사외교에 나서고, 전시에는 전쟁 초기 미국 항모의 부재 등에 대비할 수 있는 전략자산이라고 강조해왔다. 전력화 목표 시점은 2033년으로 건조비용이 2조원대, 연간 운용비는 1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이미 지난해 말 현대중공업이 경함모의 밑그림을 그리는 개념설계를 마친 만큼, 해군은 예산이 확보되면 내년에 입찰을 통해 기본설계에 착수할 예정이었다. 최근 한국국방연구원 사업타당성 조사와 국방부 연구용역에서도 각각 '조건부 타당성 확보’ ‘경항모 확보 필요’라는 결론이 나오면서 해군 안팎에선 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

해군 관계자는 "더 살펴보라는 국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지난해 말에도 경항모 예산이 101억원 삭감됐고 연구용역비 1억원만 남았었는데 다시 1년 전으로 돌아간 거 같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