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중학교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중학교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해 아동을 가정에서 돌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동학대 우려가 커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9일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연구팀의 논문 ‘아동과 부모의 경험을 통해 본 코로나19 이후 아동 일상 변화에 대한 질적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아동과 부모가 가정 내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갈등과 다툼이 증가했다.

부모의 관점에서 갈등이 늘어난 원인은 쉼 없는 고된 일상이 계속되면서 스트레스가 커졌기 때문이었다. 코로나 이전 무상급식으로 지원되던 아동의 식사가 온전히 가정의 몫이 되면서 ‘돌(아서면)밥(해야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끝없는 가사노동에 아동의 온라인 학습까지 돌봐 주어야 하는 상황이다.

아동의 관점에서는 친구관계의 단절로 인한 외로움, 외부 활동과 운동 부족에 따른 비만 우려, 늘어난 미디어 사용 시간으로 인한 부모와의 불화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줄었음에도 혼자 해내야 하는 온라인학습의 과제나 오히려 늘어난 학원의 학습량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러한 아동과 부모 간 다툼과 갈등 증가는 아동학대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아동학대의 대부분이 부모의 스트레스와 훈육, 학업을 이유로 행해지기 쉽고, 가정 내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져 이웃들의 신고로 발견되기 어려워서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하고,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이유로 등교수업이 대폭 축소되면서 아동학대가 학교에서 조기 발견될 수 있는 기회가 크게 줄어들어든 상태다. 대피처 역할을 해 주었던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됨으로써 코로나19 이후 학대에 더 빈번하게 노출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코로나19로 인한 가정 내 아동학대 문제는 학교 등교수업이 정상화가 되면 자연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학교는 단순히 학습만을 지도하는 곳이 아니라 돌봄 지원 공간이자 또래 친구들과 함께 소통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사회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연구책임자인 정익중 교수는 “재난상황에서도 학교가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가운데 아동과 학부모의 의견수렴을 통해 공교육 정상화를 포함한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