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개월 만에 열린 미·중 화상 정상회담은 양국의 갈등 상황을 보여주듯 시작부터 긴장감이 흘렀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짧은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중국 관영 CCTV는 16일 열린 정상회담 발언 장면을 회담 시작 30분 만에 편집해서 공개했다. 2분 정도 길이의 영상은 실제 순서와 달리 시 주석 발언을 먼저 내보낸 뒤 바이든 대통령 발언을 소개했다.

화면을 통해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시 주석도 같이 손을 흔들며 응대했다. 먼저 발언한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대선에서 자신의 승리를 시 주석이 축하해 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밝힌 뒤 “다음에는 내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얼굴을 맞대고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 시절이던 2011년 8월과 2013년 12월 베이징을 방문해 각각 부주석, 국가주석 신분이던 시 주석을 만났다.

시 주석이 작년 초 코로나19 발생 이후 외국에 나가지 않고 베이징에서 정상회담도 하지 않는 ‘외교적 칩거’에 들어가면서 양국 정상회담 일정이 계속 지연됐고, 첫 정상회담마저 비대면으로 하게 된 데 대한 불만을 은근히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오랜 친구를 보게 돼 무척 기쁘다”고 화답했다. 이에 대해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시 주석은 두 사람의 ‘친구 관계’를 부인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일부러 ‘나의 오랜 친구’라고 인사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월 “우리는 서로를 잘 알지만 오랜 친구는 아니다. 그저 업무 관계”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회담을 시작하면서 특유의 무뚝뚝한 표정보다는 미소를 자주 지었다. 미국에 맞서는 자리에서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미국 측은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테이블 상석에 앉고 테이블 주변으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배석했다. 중국 측은 대면 회담처럼 인민대회당에 긴 테이블을 설치하고 시 주석 좌우로 류허 국무원 부총리, 딩쉐샹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 등이 자리했다.

베이징=강현우/워싱턴=정인설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