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 기후활동가와 간담회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 앞줄 세 번째)가 16일 서울 창천동 청년문화공간 신촌 파랑고개에서 열린 ‘청소년·청년 기후활동가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구호가 적힌 스케치북을 들고 있다. 김병언 기자
< 청년 기후활동가와 간담회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 앞줄 세 번째)가 16일 서울 창천동 청년문화공간 신촌 파랑고개에서 열린 ‘청소년·청년 기후활동가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구호가 적힌 스케치북을 들고 있다. 김병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지속해서 밀리는 것으로 나오면서 민주당 내부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매머드급으로 출범한 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컨트롤타워 부재로 흔들리고 있다. 선대위 차원의 치밀한 전략 대신 이 후보의 ‘개인기’에 의존하면서 메시지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도층을 겨냥한 의제 선점에서 윤 후보에게 뒤처지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들린다. 분위기를 쇄신할 ‘거물급 외부 인사’ 영입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1) 선대위는 전략 실종

尹과 지지율 격차 갈수록 커져…"이재명 위기" 터져나온 與
강훈식 민주당 선대위 정무조정실장은 16일 라디오에서 ‘선대위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그 비판은 이 후보도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강 실장은 “선대위 1단계가 용광로, 매머드 등 단어를 붙였다면 2단계는 이 후보가 신속성과 기민한 대응, 현장성을 요구했다”고 했다. 선대위가 규모만 크지 내부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다 제대로 된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당 안팎의 지적을 언급한 것이다.

민주당은 현역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매머드급 선대위를 출범시켰지만 원팀을 표방한 탓에 많은 직책이 공동책임이라 역할이 불명확하다. 일부 의원은 선대위엔 이름만 올리고 지역구 활동에 주력하겠다고 공공연하게 얘기할 정도다. 최지은 선대위 대변인은 페이스북에서 “의원 선수별로 계급을 매겨 수직적인 선대위를 만들어놓고 수평적인 소통을 탁상공론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선대위에 의원만 많고 실무진 배치조차 완료되지 않은 것도 문제로 꼽힌다.

이 후보 메시지와 전략을 담당할 직속 전략팀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전략을 담당했던 ‘광흥창팀’이나 2002년 노무현 후보의 ‘금강팀’과 같은 역할을 할 기구가 없다는 것이다. 이 후보 원내 측근 그룹인 7인회는 통합을 위해 2선으로 후퇴했다.

(2) 후보는 ‘개인플레이’

이 후보의 개인플레이가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과 사전 조율이 없는 발언으로 연일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얘기다. ‘오피스 누나, 확 끄는데요’ ‘부산 재미없다’ 발언 등이 대표적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가 상대적으로 도덕적 이미지에 약점이 있어 당이 안정적으로 잡아줘야 하는데 오히려 후보가 된 뒤 더 (위험 발언이) 도드라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 후보 발언이 지지층엔 호소력이 있지만 중도층 표심엔 악영향이란 우려도 나온다. 반대 여론이 더 큰 전 국민 재난지원금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 후보는 주 4일근로제, 음식점총량제, 국토보유세 등도 언급했는데 윤 후보가 종합부동산세 경감, 물가 대책 등 중도층을 겨냥한 경제 메시지를 내놓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병천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 후보의 단점은 ‘좌파 포퓰리스트’라는 의혹인데, 자신의 약점을 극대화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3) 文 정부와 차별화 딜레마

정권 교체를 원하는 민심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도 이 후보에겐 악재다. 계속되는 경기 성남 대장동 게이트와 부동산 정책 참사, 물가 상승, 요소수 대란 등 국민적 불안 요소들이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정권 교체 민심은 윤 후보를 중심으로 뭉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투표 참여 의사나 결집도 등에서 야권 지지자들의 의지가 더 강하다”며 “이 후보가 돌파하려면 현 정부와 선을 긋는 전략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후보도 차별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문제는 현 정권을 지지하는 ‘집토끼’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한 당원들을 중심으로 ‘후보 교체’ 목소리가 여전하고, 이 후보의 지지율(KSOI 기준 32.4%)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39.4%에도 못 미친다. 이 같은 딜레마 속에서 이 후보는 ‘검언개혁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등 현 정권과의 완벽한 선 긋기엔 나서지 못하고 있다.

(4) 현실과 떨어진 정세 판단

민주당의 정세 판단이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분석도 있다. 윤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컨벤션 효과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분석하는 것부터 안일한 태도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윤 후보를 위협적인 후보로 인식하고 여러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인식이 안일한 것 같다”고 했다.

이 후보와 민주당이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언론 탓’을 하고 있는 것도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인사들은 연일 “언론이 이재명 잡기에 몰두하고 있다(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저쪽(국민의힘)에서 댓글을 조작하는 것 아니냐(현근택 선대위 대변인)”는 주장을 펴고 있다. 선대위는 ‘발언 왜곡’을 우려하며 후보의 현장 백브리핑을 없애 취재진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민주당은 대선 경쟁이 무르익으면 분위기가 달라질 거라고 기대한다. 후보 경쟁력으로는 이 후보가 앞서 있다는 판단에서다. 강훈식 실장은 “지금은 국민의힘의 지지층이 뭉쳐 있는 시점”이라며 “결국은 중도 싸움, 즉 내 삶에 이익이 되는 후보가 누구인가에 집중될 것”이라고 했다. 박찬대 선대위 대변인은 “지적된 사항들을 반영할 것”이라며 “외부 인재 영입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