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가 글로벌 무역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의 생산 차질과 공급망 병목현상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WTO는 15일(현지시간) 올해 3분기 상품교역지수(GTB)가 99.5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 2분기(110.4)보다 10.9포인트 낮아졌다. WTO는 세계 무역과 관련한 주요 자료를 반영해 GTB를 산출하고 분기 단위로 발표한다. GTB가 100보다 크면 최근 추세보다 세계 무역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의미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WTO는 GTB가 100 아래로 내려간 원인을 반도체 등의 생산 감소, 항구 등 주요 공급망 차질 등에서 찾았다. 상품 수요를 반영하는 수출 주문도 줄어들었다. 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반영되면서 GTB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던 3개월 전에 비해 분위기가 냉각됐다. WTO는 “무역이 활발하던 지난 2분기와 달리 올 하반기에는 다소 침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별로는 반도체 부족으로 신차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자동차산업의 충격이 가장 컸다. 자동차제품지수는 85.9로 떨어졌다. 전자부품지수(99.6)도 100 미만으로 나타났다. 컨테이너물류(100.3)는 100을 소폭 웃돌았고, 원자재(100)는 평균 수준이었다. 항공운임지수는 106.1로 강세를 보였다. 세계 주요 항구에서 화물 처리 속도가 늦어지면서 이를 대체할 항공 물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WTO는 무역량이 줄어든다고 해도 항구 병목현상이 이른 시일 안에 해소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WTO는 “코로나19 확산은 세계 무역에 가장 큰 위협 요인”이라며 “지역별 격차, 서비스 무역 약화, 일부 국가에서의 낮은 백신 접종률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WTO는 올해 세계 상품 무역량이 지난해보다 10.8%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내년 무역량의 예상 증가율은 4.7%로 제시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