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쟁에 파병된 한국군.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베트남전쟁에 파병된 한국군.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던 한국군이 당시 다수의 베트남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증언했다.

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조상민 판사) 심리로 열린 변론에 해병대 소속으로 파병됐던 류진성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60대 베트남인 응우옌 티탄(61·여)씨는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에 의해 가족이 살해당했다며 지난해 4월 소송을 제기했고, 이날 재판은 4회 변론기일로 진행됐다.

응우옌씨는 8살이던 1968년 2월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마을에서 한국군에 의해 복부에 총상을 입고 1년 동안 병원에 입원했고, 함께 총격을 입은 가족들 모두 죽거나 다쳤다고 주장했다.

이날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류씨는 1968년 2월께 베트남 민가 근처에 민간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시신이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고 증언했다.

류씨는 "시신을 목격한 날 중대로 복귀하자 중대원들 사이에 시신이 쌓여있었던 일이 화제가 됐고, 다른 소대원들로부터 전말을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대원들이 무용담처럼 얘기했고, 민간인을 죽인 현장과 그런 장면들을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소대 대원들이 중대장에게 민간인들을 어떻게 할지 물어봤더니 중대장이 엄지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고도 했다.

그는 "당시 큰 죄책감이나 죄의식을 느끼지 못했다"면서 응우옌씨의 소송대리인이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한 군인이 징계나 처벌을 받았는지 묻자 "그런 건 없다"고 답했다.

류씨는 법정 증언을 결심한 계기에 대해 "전쟁이 얼마나 참혹하고 비정한지 내가 보고 행동한 것을 통해 세상에 경종을 울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류씨는 2018년 한국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에서 한국군의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정황을 증언했고, 지난 7월7일에도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고 증언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