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반도체에 이어 배터리산업에도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전기자동차와 신재생에너지에 사용되는 첨단 배터리의 공장 건설을 지원하는 보조금 제도를 신설한다고 17일 보도했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에 1000억엔(약 1조300억원)을 편성하고 점차 지원액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전기차 배터리와 신재생에너지의 축전지를 생산하는 공장을 일본에 유치해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다.

첨단 배터리 공장을 새로 짓는 데는 수백억~1000억엔가량의 초기 투자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정부는 개별 기업은 물론 복수의 기업이 공동으로 건설하는 배터리 공장에도 투자비 일부를 지원할 방침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반도체 공장 신설과 기존 생산시설 업그레이드 비용을 지원하는 보조금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대만 TSMC와 일본 소니그룹이 내년에 구마모토현에서 착공하는 반도체 공장에는 투자비의 절반인 4000억엔을 지원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해 배터리산업을 키우려는 것은 경쟁국에 시장을 통째로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탈석탄화가 진전되면서 필수 부품인 배터리 시장은 급속도로 커질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2020년 421기가와트(GW)인 자동차 리튬이온배터리 공급량이 2025년 1700GW로 4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가운데 중국이 750GW, 유럽과 미국이 730GW로 세계 시장의 80%를 차지할 전망이다.

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의 주류로 올라서는 가운데 배터리 시장을 뺏기면 일본의 자동차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일본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려는 주요국의 주도권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배터리 공장을 지원하기 위해 8000억엔 규모의 보조금 제도를 신설했다. 미국은 배터리 공장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