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기획재정부와 세수 추계 및 예산 편성을 두고 갈등을 이어가는 가운데 여당 내에서 지도부의 일방통행을 지적하고 청와대의 중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상민 의원은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당이 (기재부와) 조율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하는데 겁박하고, 임기 말 정부라며 끌고가겠다는 자세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통령 임기가 몇 개월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정 간 갈등이 깊어지고 국정조사 운운하는 것을 보면 국민은 놀라고 불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5선 중진 의원으로, 민주당 내 ‘미스터 쓴소리’로 통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국회가 내년 예산안 심사에 나선 이후 연일 기재부를 압박하고 있다. 올해 초과세수가 10조원대일 것으로 예상했던 기재부의 기존 전망과 달리 19조원에 달하는 점을 지적하며, 이를 내년으로 유예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안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의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재부가 의도적으로 (초과세수를) 축소 추계했다면 국정조사라도 해야 할 사안”이라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재부의 소극적 자세에 대해서는 분명한 점검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청와대가 나서서 여당과 기재부를 중재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먼발치에서 불 보듯 구경할 일이 아니다”며 “정부와 여당 간 이견, 갈등을 해소하는 리더십은 대통령 또는 청와대가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기재부가 끝내 여당의 요구를 수용하고 초과세수를 유예한다면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기재부가 여당에 적당히 반대하는 척하다가 백기를 든다면 무거운 법적 책임과 정치적 책임을 지게 될 것임을 엄중하게 경고한다”며 “우리 당은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묻고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