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붕괴참사 현장소장 "원청 현대산업개발, 자료 폐기·조작"
17명의 사상자가 난 광주 학동4구역 철거 건물 붕괴 참사 재판에서 원청인 현대산업개발(HDC) 측이 철거 자료를 폐기·조작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광주지법 형사11부(정지선 부장판사)는 17일 광주지법 302호 법정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공사 관계자 7명에 대한 재판을 열었다.

이들은 재개발 시공사 현대사업개발 현장소장 서모(57)씨·안전부장 김모(57)씨·공무부장 노모(53)씨, 일반건축물 철거 하청업체 한솔 현장소장 강모(28)씨, 재하도급 업체 백솔 대표이자 굴착기 기사 조모(47)씨, 석면 철거 하청을 맡은 다원이앤씨 현장소장 김모(49)씨, 철거 현장 감리자 차모(59)씨 등이다.

이날은 한솔 현장소장 강씨에 대한 증인 신문이 열렸다.

강씨는 해체계획서와 달리 공사를 진행한 배경과 현대산업개발의 개입 여부에 대한 검사의 질문에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도 해체계획서와 달리 공사가 진행되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답변했다.

당시 맨 위층부터 아래층 순으로 해체하도록 한 공사 허가 내용과 달리 일명 밑동 파기식으로 건물을 해체했고 상부 해체를 하기 위해 롱 붐(팔이 긴 굴착기) 등을 동원하는 대신 무리하게 성토체를 쌓아 올렸다.

철거 방식을 변경하면 해체계획서를 재작성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작년 5월부터 시행된 건축물 관리법에 따라 다들 처음이었다.

계획서를 변경하면 시간이 걸려 그냥 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현대산업개발 현장사무실에서 작업 공정 등에 대한 회의를 정기적으로 했다면서 "참사 당일 현산 공무부장 지시로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 받은 내용을 설명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광주 붕괴참사 현장소장 "원청 현대산업개발, 자료 폐기·조작"
참사 사흘 전부터 당일까지 쓴 업무보고서를 공무부장에게 보고했으나 찢어서 버렸고 공무부장이 참사 당일 일지 작성에 필요한 자료를 USB에 담아서 달라고도 요구했다고 밝혔다.

디지털 포렌식에 적발될 가능성에 대비해 메일 대신 USB를 사용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현장 감리자는 현장에 상주하지 않았으며 감리 일지를 쓰지도, 주요 해체 공정이 있을 때 현장을 지키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는 "굴착기 기사 조씨가 참사 당일 과다 살수로 인한 안전성 문제를 제기했지만 현대산업개발은 민원에 따른 보여주기식이라며 '할 거면 제대로 하자'고 했다.

명령 불이행 시 원청의 압박 등을 우려해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들은 해체 계획서와 규정을 무시하고 공사를 하거나 감독 의무를 소홀히 해 지난 6월 9일 광주 학동4구역에서 건물 붕괴 사고를 유발, 인근을 지나던 시내버스 탑승자 17명(사망 9명·부상 8명)을 사상케 한 혐의로 기소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