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법인과 외지인이 지방에서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주택을 매집하는 행태를 전수조사해 엄중 조치키로 했다. 취득세 중과 예외를 노리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미 상당한 투기 수요가 유입됐다는 판단에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법인·외지인이 업·다운계약, 명의신탁 등을 통해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저가주택을 매집하는 정황을 포착했다”며 “시장교란 행위는 유형·빈도·파급효과를 불문하고 끝까지 추적해 확인될 경우 수사 의뢰 등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1억 미만 지방 주택 '쇼핑' 전수 조사한다
국토교통부는 앞서 지난 11일부터 이상거래를 선별하기 위한 전수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법인·외지인이 전국에서 사들인 저가 아파트 거래다. 자금조달계획서와 매도·매수인, 거래가격 등을 종합 검토해 이상거래를 찾아내겠다는 계획이다. 전국 공시가 1억원 미만 주택의 월평균 거래량은 2019년만 해도 2만 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만 건, 올 들어서는 3만4000건(지난 9월 말 기준)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저가 아파트 거래량 중 법인 비중은 올해 4월 5%, 5월 7%, 6월 13%, 7월 14%, 8월 22%로 증가했다. 지난 9월 17%로 전달 대비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방에서 공시가 1억원 아파트 매매 광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다. ‘7·10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와 법인의 취득세율을 8~12%로 올리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시행한 게 계기가 됐다. 공시가 1억원 이하 주택은 중과세율 적용에서 제외돼 기존과 똑같이 1.1%만 내면 된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법인 등의 매수가 몰렸다.

법인이 대출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데다 단타매매 시 양도세율이 45%로 비교적 낮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개인 투자자의 경우 2년 미만 보유주택을 매각할 때 양도세율은 최근 70%까지 높아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조사가 뒷북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농어촌 무주택자를 보호하기 위해 공시가 1억원 미만을 예외로 뒀던 취지가 무색해졌다”며 “취득세 중과 등 규제를 하지 않았다면 저가 아파트에 대한 풍선효과 역시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