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송파구 선별진료소 앞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처음으로 3000명을 넘어섰다.   /김영우  기자
17일 서울 송파구 선별진료소 앞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처음으로 3000명을 넘어섰다. /김영우 기자
정부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생산하는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을 올해 허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 승인이 나기 전 먼저 허가를 내줄 가능성도 있다.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로 알려진 미국 머크(MSD)의 몰누피라비르도 올해 긴급사용 승인 허가 절차를 마치기로 했다.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 ‘탄력’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17일 충북 오송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지난 15일 신청한 노바백스 백신 품목허가를 심사 중”이라며 “올해 허가 절차를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처장은 “자료를 검토하고 안전성·효과성에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고 판단하면 외국의 허가 여부와 상관없이 허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안전성 높은 노바백스 백신 곧 허가…부스터샷 등에 활용"
노바백스 백신이 식약처의 승인을 받으면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얀센, 모더나에 이어 국내에 도입되는 다섯 번째 코로나19 백신이 된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4000만 회분의 노바백스 백신이 순차적으로 공급되는 것이다. 노바백스는 최근 영국에서 진행된 임상에서 코로나19 예방률 96.4%의 효과를 입증했다. 노바백스는 이달 초 인도네시아에서 세계 최초로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후 유럽연합(EU) 인도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등에서도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미국에도 조만간 긴급사용 승인을 위한 자료를 제출할 계획이다.

노바백스가 본격 사용되면 코로나19의 ‘약한 고리’로 꼽히는 미접종자의 접종률이 올라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노바백스는 지금까지 맞은 백신과는 다른 방식이다. 바이러스 항원 단백질을 면역증강제와 섞어서 28일 간격으로 두 번 투여하는 ‘단백질 재조합’ 백신이다. 인플루엔자, B형간염 백신 등도 이 방식을 쓴다. 전통적인 백신 제조 방식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백신 부작용 등에 대한 우려로 접종하지 않은 10대나 18세 이상 미접종자에게 노바백스가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지난달 “노바백스를 미접종자 신규 접종과 부스터샷(추가 접종)에 모두 사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을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노바백스는 지난해 8월 SK바이오사이언스와 코로나19 백신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을 맺으면서 한국을 생산기지로 점찍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로부터 생산 공정 기술을 이전받아 경북 안동 공장에서 백신을 대규모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여기서 생산된 백신이 동남아시아 등에 수출될 가능성도 있다.

냉동보관이 필수인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과 달리, 노바백스는 영상 2~8도에서도 1년 이상 보관할 수 있어 운송이 쉽기 때문이다. 모더나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천 송도 공장에서 생산하는 코로나19 백신을 해외에 공급할 예정이다.

식약처 “먹는 치료제 연내 허가 목표”

MSD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도 올해 허가하겠다는 목표다. 김 처장은 “이날 질병관리청으로부터 MSD 몰누피라비르의 긴급사용 승인을 요청받았다”며 “전문가 자문 등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연내 절차를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몰누피라비르는 임상시험에서 경증·중등도 코로나19 환자의 입원 및 사망 확률을 50% 낮추는 효과를 냈다. 최근 화이자가 개발한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도 입원 및 사망 예방률이 89%에 달해 주목받았지만, 아직 긴급사용 승인 신청을 하지 않았다. 김 처장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가 현장에서 사용되면 좀 더 다양하고 상황에 맞는 방역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처장은 이날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을 키우기 위해 규제당국이 ‘기업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식약처가 막대기를 들고 기업을 지적하고 채찍질했다면, 여기서 벗어나서 기업이 글로벌 수준의 규제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로 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우리가 백신과 치료제를 좀 더 일찍 가질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늘 있었다”며 “식약처가 기업친화적 규제와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바이오산업을 뒷받침하는 인프라가 되고, 그 과실이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송=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