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전원회의 나가는 최태원 회장…'SK실트론 지분취득 논란' 정면돌파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다음달 열리는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 직접 출석해 SK실트론 지분 인수 과정에서 위법성이 없었음을 밝히기로 했다. 당사자 출석 의무가 없는 전원회의에 대기업 총수가 나서기로 한 것은 이례적이다. 최 회장은 자신이 사익편취 논란의 당사자인 만큼 직접 심판정에 나가 지분 취득 배경 및 목적 등을 설명하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SK와 공정위에 따르면 최 회장은 다음달 15일 열리는 ‘SK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행위 사건’ 공정위 전원회의에 출석한다. 공정위 최고 의결기구인 전원회의는 2심제로 이뤄지는 공정거래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가기 전 1심 재판과 같은 역할을 한다. SK 안팎에선 최 회장 스스로 공정위를 설득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계에선 “대기업 총수가 이례적으로 변론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주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사건은 2017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SK㈜는 LG실트론(현 SK실트론) 지분 51%를 주당 1만8000원에 인수하고 같은 해 4월 19.6%를 주당 1만2871원에 추가로 확보했다. 나머지 주식 29.4%는 같은 가격(1만2871원)에 최 회장이 보유했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SK㈜가 지분을 싸게 사들일 기회를 포기하고 최 회장에게 사업 기회를 넘겨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법 제23조에 따르면 공시 대상 기업은 특수관계인이나 특수관계인이 일정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 기회를 제공할 수 없다.

반면 SK 측은 “SK㈜는 이미 특별결의 요건에 해당하는 지분(3분의 2)을 확보했기 때문에 추가로 지분을 취득할 이유가 없었다”고 맞섰다. 최 회장도 공개 경쟁입찰 절차에 참여해 적법하게 주식을 취득했다는 설명이다.

전원회의의 최소 의결표는 5표다. 9명의 전원위원 중 4명이 SK 사건담당 전력 등을 사유로 제척된 점을 고려하면 참석 위원 전원이 찬성해야 검찰 고발 등이 이뤄진다. 공정위 관계자는 “얼마나 진정성 있는 변론을 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전원회의가 한번 더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SK실트론뿐 아니라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을 주도한 화천대유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관련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는 등 정면대응에 나서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1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낙엽 사진을 올리며 “말도 안 되는 얘기들은 아무리 현란해 보여도 낙엽처럼 얼마 못 가 사라지는 게 자연의 이치”라고 썼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