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유가 안정 방안을 본격적으로 모색하면서 배럴당 80달러선 밑으로 하락했다.

17일(미 동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40달러(2.97%) 하락한 배럴당 78.36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10월 7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유가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유가 안정 방안에 주목하며 하락폭을 키웠다.

이번 주에 열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화상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비축유를 공동으로 방출하자는 논의가 이뤄졌다는 소식은 유가 하락 요인이 됐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익명의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미국이 국제유가를 낮추기 위해 중국에 비축유 방출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양국이 협력해서 유가 안정을 위해 공급을 늘릴 경우 유가 하락 효과를 볼 수 있는데다 향후 산유국들에 대한 원유 증산 요구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됐다.

이와 함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석유, 가스회사들이 가격을 높게 유지하는 불법 행위를 하고 있는지 여부를 조사할 것을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요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리나 칸 FTC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정제되지 않은 휘발유의 가격과 주유소의 평균 가격 사이에 설명할 수 없는 큰 격차는 팬데믹 이전 평균보다 훨씬 높다"며 "그동안 미국 최대 석유 및 가스회사들은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상당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높은 유가로 이익을 늘리고 있는 에너지 회사들의 불법적인 가격 유지 행위가 있는지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주간 원유 재고는 월가 예상과 달리 줄었다.

하지만 재고 감소가 유가를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12일로 끝난 한 주간 원유 재고는 210만1천 배럴 감소한 4억3천300만3천 배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50만 배럴 증가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휘발유 재고는 70만7천 배럴 감소한 2억1천199만6천 배럴을, 정제유 재고는 82만4천 배럴 감소한 1억2천368만5천 배럴을 나타냈다.

애널리스트들은 휘발유 재고가 60만 배럴 감소, 정제유 재고가 13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유가 안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벨란데라 에너지 파트너스의 매니쉬 라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마켓워치에 "바이든 행정부가 저유가를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하게 언급했고, 시장은 정부가 유가를 억제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