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2월15일은 축복 or 저주?…FOMC+부채한도 데드라인 몰렸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최근 다시 상승세를 가속해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상태입니다.

17일(현지시간) 새벽,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블룸버그의 신경제 포럼에서 "40년의 동안의 경험을 돌아보면 탐욕이 두려움을 훨씬 앞섰던 때가 있었다. 우리는 지금 그런 시기에 있다. 일반적으로 내 경험에 따르면 그런 기간은 오래 가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정부와 중앙은행이 실시한 전례 없는 경기 부양책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일부 자산 시장의 열기를 식힐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실 골드만삭스는 어제 고객들을 상대로 S&P500 지수가 내년 말 510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CEO는 미국의 주가가 너무 높다는 그런 우려를 밝힌 것이죠.

메리 델리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는 전날 팬데믹 이후 미래에 대한 낙관론에 기반한 것이긴 하지만 주가가 "도취된 상태"(euphoric)라고 지적했습니다. 유럽에서도 유럽중앙은행(Fed)이 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주식, 부동산 등 자산 시장에 있는 과다한 가치 평가에 대해 경고했습니다. ECB는 "주식과 위험자산이 놀라울 정도로 부양됐다. 이런 높은 가격은 조정에 매우 취약하게 만든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영원한 강세론자' 톰 리 펀드스트랫 창립자도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조정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과속방지턱을 만날 수 있다. 5%는 아니길 희망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리는 기술적으로든, 펀더멘털 측면에서든 곧 조정이 나타날 것이란 신호가 있다고 봤습니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차기 미 중앙은행(Fed) 의장 선임도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그는 여전히 올해 말 S&P500 지수가 4800~4850에 달할 것으로 봅니다. 리는 "전반적으로 시장은 건강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다가오는 조정이) 연말 랠리를 앞두고 매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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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리가 밝힌 대로 코로나 감염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15일 감염자 수는 15만 명을 넘었습니다. 7일 이동평균도 일주일 전 6만 명 대 초반에서 8만3000명 선까지 올라왔습니다. 유럽에서는 벌써 네덜란드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등이 줄줄이 봉쇄 수위를 다시 강화하고 있고 독일도 조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아직 입원자나 사망자가 급증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경고음이 울리고 있습니다.

또 다음 Fed 의장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관망세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어제 4일 안에 지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늘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추수감사절 즈음에 결정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무슨 사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하루 만에 말을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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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제롬 파월 의장의 재선임을 원하지만,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심지어 바이든 대통령도 아직 모를 수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아직 누구를 임명할지 결정하지 않았다"라고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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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시장을 옥죄던 부채한도 이슈도 다시 부상하고 있습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날 의회 지도자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연방정부의 채무불이행(디폴트) 데드라인을 12월 15일로 제시했습니다. 세입 세출 및 현금 유동성 등을 바탕으로 추산한 결과입니다.

옐런은 "미국의 충분한 신용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의회가 조속히 부채한도를 상향하거나 (부채한도 적용을) 유예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다시 한번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습니다. 의회가 부채한도를 높이지 않아 미국이 디폴트에 빠지면 경기 침체에 빠지는 등 괴멸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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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15일입니다. Fed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회의 결과를 발표하는 날입니다. 이달 시작한 테이퍼링 속도를 올릴지를 결정지을 회의입니다. 빌 더들리 전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테이퍼링 속도를 가속한다는 건 '내년 3월에 기준금리를 올리겠다'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테이퍼 텐트럼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닷새 전인 12월10일에는 11월 소비자물가(CPI)가 발표됩니다. 지난달 6.2%였던 CPI는 11월에 7%에 도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요. 이미 빅이벤트가 몰려 있는 기간에 초대형 이벤트 하나가 추가된 것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12월15일이 데드라인으로 제시됐지만, 예산을 아껴서 집행한다면 연말을 넘어갈 수도 있다"라며 "어쨌든 그 즈음에 워싱턴과 시장이 시끄러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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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한도뿐 만이 아닙니다. 지난 10월로 2022 회계연도가 시작됐지만, 미국 연방정부는 임시예산결의안(CR)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때까지 의회가 예산안과 부채한도 상향(혹은 유예) 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디폴트와 연방정부 폐쇄가 촉발될 수 있습니다.

예산안이 통과되려면 민주당 내 진보파와 중도파 간의 1조7500억 달러 규모의 사회복지 패키지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얘기는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다음 주 수요일까지 뭔가 돌파구가 없다면 추수감사절 휴가가 시작될 것이고, 곧 12월에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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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코는 "예산안과 부채한도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예산안 관련 12개 법안 중 하원은 9개를 통과시켰지만, 상원은 하나도 처리하지 않고 있다. 이건 이 모든 걸 묶는 옴니버스 예산안이 있거나, 아니면 또 다른 임시예산안이 나올 것이란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부채한도와 관련해선 "민주당은 여전히 예산조정절차를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추수감사절 이후 논의가 정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인베스코는 "향후 몇 달 동안 의회를 바쁘게 할 일이 많다. 정치적 우여곡절은 재미있지만, 시장에는 잠재적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안전띠를 매세요.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라고 결론을 냈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요인들이 불거지다 보니, 이날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0.2% 수준의 내림세로 출발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0.58%, S&P500 지수는 0.26%, 나스닥은 0.33% 내린 채 마감됐습니다. 아마존이 영국에서 카드 수수료 문제로 비자 카드를 받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에 비자가 4.74% 급락하면서 다우 지수를 가장 많이 끌어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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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주식 말고도 몇몇 자산 가격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우선 유가가 크게 하락했습니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장보다 2.40달러(2.97%) 하락한 배럴당 78.36달러에 마감됐습니다. 지난 10월 7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특히 지난 9월 13일 이후 처음으로 50일 이동평균선(78.43달러) 밑으로 떨어지며 추세를 이탈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석유, 가스회사들이 가격을 높게 유지하고 있는지 조사할 것을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요구하는 등 전방위적인 유가 인하에 발 벗고 나선 탓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월요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함께 전략 비축유를 공동으로 방출하자고 제안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몇 달 내 공급 과잉이 나타날 것이란 예상을 내놓은 데다, 유럽에서 코로나 감염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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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는 이날 ICE 달러인덱스를 기준으로 96을 넘어서며 16개월 최고치 기록을 세웠습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Fed가 조기에 기준금리를 높일 것(긴축)이란 예상이 늘어나고 있는 데 따른 겁니다. 또 유로화가 유럽의 코로나 환자 증가, ECB의 완화 정책 기속 예상 등으로 약세를 보이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ING는 "미국의 2022년 강력한 성장(4~5% 예상), 지속적 인플레이션, Fed의 정책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보면 2022년 달러 강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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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시선을 끈 건 채권 금리입니다. 이날 아침 8시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651%까지 치솟았습니다. 인플레이션 우려 탓이지요.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하향세를 그렸습니다. 그러다 오후 1시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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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미 재무부는 230억 달러 규모의 20년물 국채 입찰을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오후 1시 그 결과를 발표했죠. 입찰은 저조했고 결과도 실망스러웠습니다. 낙찰 금리는 2.065%로 발행 당시 시장금리 2.051%보다 1.4bp 높았습니다. 수요가 적다 보니 금리가 올라간 겁니다.

하지만 이 입찰 결과가 나온 뒤 시장금리는 오히려 급락했습니다. 10년물 금리는 이날 5bp 이상 급락해 1.586%까지 내려갔습니다.

월가의 한 채권 트레이더는 "지난 10일 30년물 입찰에서 낙찰 금리가 시장금리보다 5bp 이상 낮은 걸 본 뒤 채권 매도세가 몰렸었는데 이날 20년물 입찰은 실망스럽기는 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는 괜찮았다. 그래서 결과가 나오자 반발 매수가 나타났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통상 20년물은 30년물보다 인기가 없습니다. 이날 응찰률은 2.34배로 지난달 2.25배보다 더 늘었습니다. 그는 "소비자물가가 6.2%로 발표된 뒤 급등했던 금리가 안정화 조짐을 보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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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뷰한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의 앤드루 볼스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10년물 금리가 내년까지 1.5~2.0% 사이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날 증시에서도 폭등하던 전기차 주식 자격(테슬라 제외)이 줄줄이 하락했습니다. 리비안이 15.08% 급락했고 루시드가 5.35% 내렸습니다. 이들의 시가총액이 GM, 포드의 시총을 넘어선 직후 나타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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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모건스탠리는 루시드 관련 보고서를 내고 주가 상승세가 성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직 확실한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는 겁니다. 생산 규모를 확장할 때가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 가운데 가장 위험한 때인데 아직 루시드는 이를 증명하지 못했다는 것이죠. 밸류에이션도 너무 높다고 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루시드 목표주가를 16달러로 올렸지만, 이는 화요일 종가보다 70% 낮습니다. 모건스탠리는 루시드보다는 테슬라 페라리 등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습니다.

이렇게 여러 자산의 가격 흐름이 바뀌는 게 변곡점이 다가오기 때문일까요? 월가 관계자는 "아직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탄탄한 움직임을 보인다. 판도를 바꾸는 변화 움직임은 없으며, 최근 급등에 따른 일부 되돌림 수준으로 해석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만 "다음 주면 추수감사절이고 금세 12월에 접어드는데 부채한도 협상, FOMC 등 험난한 이벤트가 몰려 있다. 올해 20% 이상 오른 만큼 조심할 필요가 있다"라고 경계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