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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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고 자상하고 무엇보다 가정에 충실한 남편. 부부간 서로에게 찾아온 약간의 권태기에 대해 '의리로 사는 거지'라고 위안 삼아온 40대 주부가 최근 남편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퇴근 무렵인 오후 6시경만 되면 늘 남편의 전화가 통화 중인 게 이상했던 아내 A 씨.

어느 날은 한참 뒤 통화연결이 된 남편 B 씨에게 "누구랑 30분 넘게 통화를 했느냐"고 물었다.

B 씨는 "회사 일로 급한 용무가 있었다"고 했지만 A 씨는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6시 무렵에 남편은 항상 통화 중이었다.

A 씨는 남편이 자는 사이 통화내역을 살펴보기로 했다.

상대방은 남편의 전 직장 여직원으로 거의 매일 6시 4분부터 30분가량 통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에는 특별한 내용이 없었지만 중간중간 앞뒤가 안 맞는 대화가 오간 것으로 미루어 필요에 의해 삭제를 한 것으로 추측됐다.

퇴근 시간 외에도 점심시간에 규칙적으로 20분씩 통화한 내역도 있었다.

A 씨는 "상대 여직원이 유부녀라서 주말에는 통화하거나 만나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 "어쩌다 한 번 통화한 거면 이해하겠는데 아마도 점심시간이나 퇴근 시간을 계산해서 통화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물론 모두 심증에 불과하다. 통화기록은 확실하지만 남편이 외도했다는 증거는 없다"면서 "직장을 옮긴 후에도 이렇게 연락을 주고받는 걸 오피스와이프라고 해야 하는 건지. 정신적 바람은 어디까지인 건지. 내용을 삭제했다면 증거는 어떻게 잡아야 하느냐"라고 커뮤니티에 질문했다.

법알못(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자문단 이인철 변호사는 "만약 배우자가 부정행위를 하면 혼인 파탄의 잘못이 있다.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성관계를 한 것은 당연히 민법 제840조의 이혼 사유에도 해당하고 이혼 재판을 하면 위자료 사유도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바람’일까?

이 변호사는 "이혼 사유인 ‘부정행위’는 성관계를 하지 않더라도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하거나 애정 표현을 하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부정행위가 될 수 있다"면서 "민법상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는 성관계보다 넓은 개념이며 성관계에 이르지 않더라도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모든 행위를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장,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다른 이성과 만나는 일이 있다. 업무상 만남이나 동호회 등에서 만나는 모든 것을 외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실무에서 외도로 인정되는 경우도 있고 부인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성관계의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도 다른 이성과 데이트를 하거나 신체접촉을 하거나 은밀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휴대폰 문자 메시지 등으로 다른 사람과 ‘사랑해’, ‘보고 싶어’ 등의 문자를 주고받은 경우 이혼 사유와 위자료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직장 내 이성 문제에 대해 "바쁜 직장인은 집에 있는 시간보다 직장에 있는 시간이 많을 수 있다. 그런데 직장에서 친한 여성이나 남성 동료나 후배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사적인 고민 상담을 하다 보면 정이 들어 친한 동료 이상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러한 사이를 ‘오피스 와이프(Office Wife)’‘오피스 허즈번드(Office Husband) ’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경우 실무에서 외도로 인정받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상대방 당사자들이 직장에서 만나고 업무상 만나고 연락한 것이라고 우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라고 사례를 들었다.

그러면서 "직장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성과 단순히 친하게 지내는 것 자체가 이혼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억울한 사람은 끝까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면서 직장동료들의 진술서를 확보해서 두 사람의 관계가 부적절한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남편이 다른 여성과 친밀도의 정도가 지나친 경우 예를 들어 스킨십을 하거나 애정 표현을 하거나 할 경우에는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면서 "아내는 남편과 이혼소송을 하면서 남편과 상간녀 여성에게 동시에 또는 따로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있다.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를 이유로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려면 그 행위를 안 날로부터 6개월, 그 사유가 있는 날로부터 2년 이내에 소를 제기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아내가 이혼을 결심했다면 이러한 사유만으로도 충분히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으며 이혼소송을 하면서 배우자와 상간녀에게 동시에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있다. 또는 이혼하지 않고도 상간녀에게만 위자료 청구를 할 수도 있다"면서 "이혼소송에서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부분이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이혼 재판에서 유책주의와 증거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법원에서는 당사자가 주장하면 그것을 입증하는 증거를 제출하라고 한다. 증거가 없으면 아무리 억울해도 이길 수 없다"면서 "이혼 재판에서 배우자 외도 증거자료는 보고 들을 수 있는 모든 서류나 시청각 자료가 증거가 될 수 있다. 각서, 시청할 수 있는 동영상, 사진, 블랙박스, 문자메시지, 카톡, 들을 수 있는 녹음파일 등이 해당한다"고 말했다.

증거가 없으면 재판 도중에 사실조회를 통해 통장내역, 카드사용내역, CCTV 등의 자료를 조회할 수 있지만, 최근에는 개인정보 문제로 문자메시지 내용이나 카톡 내용은 조회가 되지 않는다.

이 변호사는 "중요한 증거는 바로 확보해서 보관하는 것이 필요하며 증거가 있어야 이길 수 있다"면서도 "결혼생활을 하면서 이혼을 대비해서 증거를 준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배우자를 미행해서 사진을 찍거나 배우자의 이메일이나 핸드폰을 몰래 보고 증거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는 배우자 몰래 녹음이나 위치추적을 하거나 심지어 해킹까지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방법으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은 불법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혼소송 중 배우자의 외도를 주장하면 증거를 제출하라고 하고 증거를 확보하려니 합법적으로 신사적으로 수집하기는 어렵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무리하게 증거를 수집하려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

이 변호사는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하루빨리 파탄주의를 적용해서 증거가 없어도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권리를 구제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법알못 자문단=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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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