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산업·차세대 이동통신, 새 성장동력으로 육성
모더나·버라이즌 만난 이재용…'제2의 반도체 신화' 구축 시동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출장지에서 바이오기업 모더나와 이동통신 기업 버라이즌 경영진과 잇따라 회동한 것은 삼성전자 미래 먹거리에 대한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오와 차세대 이동통신은 이 부회장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집중 육성하기로 한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 사업이다.

◇ 모더나 방문해 '제2 반도체 신화' 창출 구상
1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모더나 공동 설립자이자 이사회 의장인 누바 아페얀 의장과 만났다.

아페얀 의장은 바이오 제약 관련 투자회사인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을 통해 혁신적 바이오텍을 발굴·육성해 온 업계 리더다.

그는 2009년 모더나를 공동 설립했으며, 스테판 방셀 모더나 CEO도 아페얀 회장이 직접 영입했다.

이날 만남은 아페얀 의장이 설립한 파이어니링 본사에서 진행됐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조와 향후 추가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부회장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생산 관련, 스테판 방셀 CEO 등 경영진과 대화 창구를 열고 신뢰 구축에 힘을 쏟았다.

이 부회장과 방셀 CEO는 지난 8월 화상회의를 통해 성공적인 백신 생산을 통해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중장기적으로 바이오산업 전반으로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위탁자·생산자' 수준에 그쳤던 삼성과 모더나의 관계는 백신 수급과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함께 논의하는 사업 파트너 관계로 격상됐다는 후문이다.

이 부회장은 이번 아페얀 의장과 회동을 계기로 글로벌 바이오 업체들과의 접촉면을 더욱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코로나19 이후 미래준비' 계획을 발표하면서 바이오산업에서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삼성은 바이오 사업을 시작한 지 9년 만에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공장 3개를 완공했으며, 현재 건설 중인 4공장이 완공되면 이 분야에서 글로벌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삼성은 바이오 의약품 외에 백신,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차세대 치료제 CDMO에도 진출할 예정이며, 특히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도 파이프라인 확대 및 고도화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모더나·버라이즌 만난 이재용…'제2의 반도체 신화' 구축 시동
◇ '5G 동지' 버라이즌과 차세대 이동통신 협력 확대 논의
이 부회장은 17일에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버라이즌의 미국 뉴저지주 본사를 방문, 한스 베스트베리 CEO 등 경영진을 만났다.

이 부회장은 베스트베리 CEO와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의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지난 2010년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 각각 삼성전자 부사장과 스웨덴 통신기업 에릭슨 회장 자격으로 나란히 참석한 것을 계기로 10년 이상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버라이즌에 약 7조 9천억원 규모의 5G 이동통신 장비를 포함한 네트워크 솔루션을 지속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한국 통신장비 산업 전체를 통틀어 역대 최대 규모의 단일 수출 계약이었다.

두 회사는 2018년 세계 최초로 5G 홈(5G FWA, Fixed Wireless Access) 서비스를 상용화한 데 이어 2019년 5G 이동통신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상용화하는 등 지속해서 협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지난해 체결한 대규모 5G 이동통신 솔루션 공급 계약 이후 비욘드(Beyond) 5G, 6G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인 차세대 통신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해 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5G 통신장비 사업을 비롯한 삼성의 차세대 통신 시장 개척을 주도해왔다.

삼성전자가 5G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빠르게 키울 수 있도록 전담 조직 구성, 연구개발 지원, 마케팅까지 전 영역을 진두지휘하며 직접 챙겼다.

또한 버라이즌을 비롯한 글로벌 ICT 업계 리더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영업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이번 방미를 통해 그동안 사법 리스크 등으로 단절됐던 글로벌 네트워크를 복원하고, 미래 먹거리 발굴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