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고 TV 볼 필요 있나요"…OTT 인기에 불똥 튄 IPTV
A씨는 최근 자신의 TV에서 디즈니+(플러스) 앱이 스마트TV에 자동으로 다운로드돼 놀랐다. IP(인터넷)TV 업체를 바꿔야 하는지 고민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져서다. A씨는 "OTT 위주로만 보는데, 이참에 IPTV 약정이 끝나면 계약을 해지할까 고민중"이라고 털어놨다.
이처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커지면서 IPTV를 이탈하려는 움직임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케이블 방송을 보지 않는 데다 유튜브·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OTT들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OTT 전체 이용률은 2017년 36.1%에서 지난해 66%까지 올랐다. OTT 시장 규모는 2014년 1926억원에서 지난해 7801억원으로 5배 이상 커졌다.

OTT 이용자가 급증하다 보니 A씨와 같이 IPTV를 가입하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주로 유튜브 위주로 본다는 최모씨(31)는 "평소 즐겨 보는 채널이 없어 IPTV 가입을 안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넷플릭스 등 OTT만 보는데, IPTV 없이도 불편하지 않은지 묻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미국은 이미 '코드커팅' 중...국내 IPTV 업계, OTT와 협력

미국에서는 이미 빈번하게 일어나는 현상. 업계에선 이를 '코드커팅'이라 부른다. 유료방송 케이블 시청자가 가입을 해지하고 OTT 등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미국 유료방송플랫폼(MVPD) 가입자는 2016년 1분기 대비 25% 줄었다. 5년 전 유료방송 시청자 4명 중 1명꼴로 이젠 료방송을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스마트TV의 발전도 코드커팅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스마트TV는 일반TV와는 달리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탑재돼 직접 OTT 어플리케이션(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이번에 국내에 진출한 디즈니플러스 또한 2016년형 이후 출시된 LG·삼성 스마트TV에서는 자유롭게 다운받을 수 있다.

국내 IPTV 업계는 이같은 이탈을 막기 위해 OTT와의 협력을 추진하거나 안드로이드OS를 셋톱박스에 탑재해 OTT 앱을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디즈니플러스와 콘텐츠 제휴를 맺고 국내 IPTV 업계에서는 단독으로 디즈니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KT는 안드로이드OS를 탑재해 구글플레이에서 넷플릭스, 유튜브, 웨이브 등의 앱을 다운 받아 볼 수 있는 '기가지니A' 셋톱박스를 출시했다. SK브로드밴드는 애플과 협업해 셋톱박스를 출시했다. 이용자들은 이를 통해 애플TV플러스,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등의 OTT 앱을 다운 받아 사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OTT 시장이 커지면서 미디어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면서 "IPTV 업계도 이 같은 소비자들의 콘텐츠 소비 방식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대응하려 한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