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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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친(親) e-스포츠 행보를 보이면서 2030 유권자들을 정조준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에 'e-스포츠 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게임 산업 지원을 약속하는 등 표심잡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 후보의 선대위 구성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단연 e-스포츠 위원회다. e-스포츠 위원장은 지난 2005년부터 꾸준히 'e-스포츠와 게임산업 발전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결성을 주도했던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맡았다.

e-스포츠는 오는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스포츠 종목의 하나로 인정받으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0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는 약 1400억원이었으며 지난해 e스포츠 종목사 투자 규모는 약 731억원으로 전년보다 100억원 이상 늘었다.

민주당은 e-스포츠 산업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는 데다 국내 게임 인구가 20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을 고려해 그간 선대위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e-스포츠 위원회를 신설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랜 시간에 걸쳐 e-스포츠 산업 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한 정 의원을 선대위의 e-스포츠 위원장으로 내세우면서 국내 게이머들로부터 진정성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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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도 게임산업 육성 방안으로 '국군체육부대(상무) e-스포츠단 창단'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e스포츠 발전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창립총회에서 "축구단 등 여러 상무 스포츠단이 있는데 국군 상무 e스포츠단을 설치해 군대 가는 게 고통이 아니라, 자기 역량을 발휘하고 국제대회에 출전해 실력을 양성하는 기회가 되는 게 어떠냐"라고 제안했다.

고전게임인 '갤러그'를 언급하며 본인이 e-스포츠와 친숙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제가 상당히 게임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씀드리는 걸 까먹었다"며 "리그오브레전드나 스타크래프트처럼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게임은 잘하지 못하는데, 초기 게임 중 갤러그를 원하는 시간만큼 원하는 점수까지 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이 후보의 이러한 행보는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을 기록 중인 2030 유권자들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임 산업의 주요 소비층인 2030 유권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이슈를 야당보다 빠르게 선점해 지지율 반등을 노리는 모습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친 e-스포츠 행보가 실제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젊은 감각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2030 유권자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더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30 세대가 현 정권에 등을 돌린 이유는 젊은 감각이 없어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불이익을 받았다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라며 "불이익을 받았다는 인식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이지 젊은 감각을 보여준다고 해서 그 불만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