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뚜레쥬르에서 한 소비자가 제품을 고르고 있다.  /CJ푸드빌 제공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뚜레쥬르에서 한 소비자가 제품을 고르고 있다. /CJ푸드빌 제공
매각 직전까지 내몰렸던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가 CJ푸드빌의 ‘구원투수’로 떠올랐다.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K베이커리의 인기가 치솟고, 국내에선 잇단 히트제품을 내놓으면서 올해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뚜레쥬르의 선전에 CJ푸드빌은 7년 만에 흑자전환이 기대된다. 매물로 나왔던 뚜레쥬르가 불과 7개월 만에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매각위기에서 실적개선 선봉장으로

팔릴 뻔한 뚜레쥬르가 CJ푸드빌 살려냈다
지난 15일 공개된 CJ그룹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올 들어 3분기까지 뚜레쥬르 매출은 28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에서 프랜차이즈 부문(뚜레쥬르)이 차지한 비중은 75.1%였다. 빕스 등 외식사업 부문은 24.9%다. 2019년까지만 해도 절반씩이던 매출 구조가 뚜레쥬르 중심으로 쏠렸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외식 매출이 축소됐지만 뚜레쥬르가 성장한 것이 매출 구조가 바뀐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예상을 뛰어넘은 미국에서의 인기가 실적 개선의 핵심 원동력으로 꼽힌다. 미국 법인은 2018년 푸드빌 해외법인 가운데 최초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엔 매출 373억원, 영업이익 23억원을 기록했다. K베이커리 붐 효과가 본격화한 올해 영업이익 규모는 전년 대비 세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04년 미국에 진출한 뚜레쥬르는 현재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도시에서 72개 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엔 팬데믹 영향으로 소규모 가정 모임이 늘어난 데 착안해 케이크 판매에 집중한 전략이 주효했다. 현지의 투박한 버터 케이크와 차별화한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생크림 케이크는 핼러윈 크리스마스 시즌에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난해 초 도입한 가맹점 배달 서비스도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미국 배달 플랫폼인 도어대시, 우버이츠와 손잡고 도입한 배달 서비스는 최근 전체 가맹점의 60%로 확대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도 고급 베이커리 1위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현재 6개국에서 280여 점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김찬호 CJ푸드빌 대표는 “해외 사업은 무리한 외형 확장보다 수익성에 초점을 두고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CJ푸드빌, 7년 만에 흑자전환 유력

국내에선 100만 개 이상 판매되는 히트 제품을 잇달아 내놨다. ‘치즈방앗간’ ‘리얼브라우니’ ‘올 때 메로나’ ‘어몽어스 케이크’ 등이다. 국민 간식 호떡을 모티브로 선보인 치즈방앗간은 출시되자마자 입소문을 타 3개월 만에 판매량 100만 개를 돌파했다.

국내에서는 배달 서비스를 확대한 게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뚜레쥬르의 올 상반기 배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70% 증가했다. 뚜레쥬르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에 입점했다.

국내외에서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올해 CJ푸드빌은 7년 만에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CJ푸드빌은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베이커리 부문은 1위 파리바게뜨와 힘겨운 경쟁 속에 출점 제한에 묶여 고전했다. 지난해엔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식 부문이 큰 타격을 받아 영업적자 폭이 전년 39억원에서 490억원으로 커졌다.

앞서 CJ푸드빌의 대주주인 CJ그룹은 지난해 11월 뚜레쥬르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4개월 만인 올해 3월 매각을 철회했다. 가격 등 세부조건 합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매각 철회가 ‘신의 한 수’가 된 셈이다.

CJ푸드빌 관계자는 “마켓컬리, 쿠팡이츠까지 유명 베이커리가 새벽배송에 뛰어든 경쟁 속에서 연구개발과 해외시장 차별에 집중한 전략이 실적 개선으로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