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외쳤다. 소크라테스는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분하려고 분투했다. 철학의 역사는 생각이란 무엇인지 파헤치고, 만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앎의 정체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인간의 사유, 생각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묵직한 철학책 두 권이 새로 나왔다.

《의미의 지도》(조던 B 피터슨 지음, 김진주 옮김, 앵글북스)는 신화와 문학, 현대 신경과학 등 다방면의 연구를 바탕으로 ‘믿음’과 ‘신념’의 근본 토대와 구조를 분석한 책이다. 900쪽에 가까운 방대한 분량에 쉽지 않은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평이한 언어로 논리적인 설명을 하고 있어 책을 읽어 나가는 것이 첫인상만큼 힘들지 않다.

저자 피터슨은 대중에겐 일부 페미니스트의 허위 의식과 페미니즘의 논리적 자가당착을 신랄하게 논파한 독설적 논쟁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의 본령은 심리학과 교수다. 1999년 출간된 이 책은 ‘종교심리학’ 분야에서 널리 인정받는 그의 주저로, 이 책에선 페미니즘과 관련한 내용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책은 인간의 ‘사고 과정’과 인간이 ‘믿는 것’이 어떻게 도출됐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본능적으로 환경에 대한 객관적 정보보다 그 정서적 의미에 더 주목해왔다. 하지만 인간은 객관적 현실을 모형화하는 데서 다른 동물과 차이를 보였고, 인간의 생존에 있어 의미를 모형화하는 것은 큰 역할을 했다.

불투명하고 어렵게 보이기만 하는 생각의 ‘의미’도 행동의 동기를 파악하는 순간 명확해진다. ‘의미의 지도’는 ‘현재’와 ‘미래’라는 두 개의 본질적이면서 상호 의존적인 기둥으로 지탱된다. 현재는 지금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에 대한 감각적 경험이자 이해한 현실이다. 인간은 기존 지식과 욕구에 따라 현재 상태에 정서를 부여한다. 반면 불충분한 현재를 소망하는 완벽한 미래로 바꾸기 위해선 각종 행동이 필요하다.

마음속에서 의미를 감지하는 데 있어 중요한 변수로 작동하는 것은 우리가 알고, 모르는 것들이다. 알지 못하는 것을 너무 많이 접하면 변화는 혼돈으로 바뀐다. 너무 적게 접하면 정체되고 퇴보한다. 그 균형점을 찾아 나가는 게 인간의 사고 과정이다. 이처럼 인간이 지닌 ‘인지의 준거틀’은 과거의 학습과 현재의 경험, 미래의 소망, 그리고 미지(未知)와의 접촉이 상호작용하면서 끊임없이 구축된다.

《생각이란 무엇인가》(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전대호 옮김, 열린책들)는 “생각은 생물학적 감각”이라는 점을 강조한 현대 독일 철학자가 내놓은 묵직한 저서다. 인간의 생각이 시각, 청각, 미각, 후각과 같은 생물학적 감각임과 동시에 세계와 나를 연결하는 감각이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칸트와 헤겔, 하이데거와 하버마스의 나라가 배출한 21세기의 대표 철학자다. ‘존재론’ ‘의미론’ 같은 철학적 전통에 충실하게 입각해 ‘생각이란 무엇인가’를 다각도로 다룬다. 그리고 생각의 의미를 탐구하는 것은 인간의 지위를 확고히 하려는 작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생각이 인간을 ‘동물이 아니기를 의지(意志)하는 동물’로 만드는 동력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으로 실재와 가짜를 구분 짓는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는 시기에, 기술의 환상에서 벗어나 인간다움을 결정짓는 인간 정신을 찾아가는 작업은 짜릿한 전율로 다가온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