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계의 ‘팀 삼성’이 한층 더 막강해졌다. 삼성전자는 18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SAFE(삼성 어드밴스트 파운드리 에코시스템) 포럼 2021’을 통해 올해 6개 기업이 새로 SAFE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SAFE는 삼성전자가 고객사와 파트너사를 대상으로 여는 기술 포럼으로 올해가 3회째다.

삼성전자는 대만의 TSMC에 대항하기 위해 협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전자설계자동화(EDA), 클라우드, 설계자산(IP),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 패키지솔루션 분야 업체들과 힘을 합쳐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를 들고 오면 EDA와 IP 업체가 설계를 도와주고, 삼성전자가 생산, 패키지 전문 업체(OSAT)가 후공정을 맡는 식이다. 삼성전자는 또 주요 파트너사들과 3나노(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에 자사 서비스가 잘 연동하게 하는 최적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SAFE의 주요 멤버는 영국 팹리스 기업인 ARM, 독일 지멘스의 EDA 사업부, 미국 시놉시스와 구글 클라우드, 네덜란드 ASML 등이다. 올해는 EDA 분야에서 엑스피딕 등 4개 업체, 클라우드 분야에서 패스트원 등 2개 업체가 새로 이름을 올렸다.

세계적 반도체 공학자인 짐 켈러 트레스토렌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기조연설을 맡은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켈러는 AMD와 인텔, 애플, 테슬라의 핵심 칩을 설계했다. 그는 “앞으로 누구나 자신의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홈디포에서 선반에 놓인 IP를 구입해 파운드리에 맡기는 날이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개발 중인 AI칩을 최초로 공개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SAFE 포럼이 파트너사 대상 행사인 만큼 인공지능(AI) 스타트업 기술책임자인 켈러가 삼성전자와 협업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소프트웨어 개발자 교류 행사인 ‘삼성 소프트웨어 개발자 콘퍼런스’도 온라인으로 열었다. 전 세계 개발자들이 기술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다.

최승범 삼성리서치 부사장은 기조연설에서 올해 삼성전자가 새로 참여한 AI·사물인터넷(IoT)·보안 분야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사내 오픈소스 개발자 지원 및 외부 협력 등 삼성전자의 오픈소스 추진 전략을 설명했다. 파이썬을 활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체 지도를 완성한 장혜식 서울대 생명공학부 교수 등의 사례도 소개됐다. 승현준 삼성리서치 연구소장(사장)은 “개방성과 협업은 소프트웨어 개발 혁신을 이루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