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를 부모로 둔 이들은 PC게임 전성기에 학창시절을 보냈고, 급부상한 첨단 정보기술(IT)기업과 함께 성장했다. 문화적으로는 서태지와 아이들, H.O.T. 등 초기 아이돌 팬덤문화를 주도하고 빅뱅, 소녀시대 등 2세대 아이돌 멤버를 배출한 세대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폭등기에 서울 아파트를 가장 많이 산 세대이기도 하다.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받아 부채 비중이 높지만, 빚을 내서라도 내 집을 마련하는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다) 세대다. 그만큼 경제 문제에 민감하다. 70년대생과 90년대생 사이의 ‘세대 중첩’을 특장점으로 살려 4차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급부상한 것도 이들이다.
최근 기업에 ‘80년대생 임원’이 급증하고 있다. 81년생 대표를 새 최고경영자로 뽑은 네이버에만 80년대생 임원이 14명이나 된다. 작년(8명)의 두 배 수준이다. 삼성전자에서도 6명이 ‘별’을 달았다. 엔씨소프트에선 지난해 1명에서 올해 5명으로 늘었다.
미래에셋증권에서도 80년대생 임원이 8명 나왔다. 신규 선임된 팀·지점장 중 80년대생이 33%다. 80년대생 임원은 국내 시가총액 50위 기업에만 50명이나 있다. 지난해 31명에서 60% 증가했다. 이들이 각광받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기존의 연공서열 방식에서 벗어나 성과·직무 중심으로 인사 제도의 틀이 바뀌는 점과 순혈주의·공채문화의 붕괴, 외부 인재 수시 영입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한다. 경직된 윗세대와 자유로운 아랫세대의 ‘가교 역할’, 합리적인 권한위임 방식의 ‘임파워링(empowering) 리더십’도 이들의 장점으로 꼽힌다.
내부 반응 또한 긍정적이다. 친근한 느낌에 공감효과도 크다고 한다. 일본의 80년대생이 ‘빙하기 세대’로 불리는 것과 달리 한국의 80년대생은 변화와 혁신에 적극적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행하는 과정을 민첩하게 건너온 데다 창의성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미국의 ‘Y세대’가 앞선 ‘X세대’보다 고난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과 비슷하다. 그런 80년대생이 700만 명 이상 된다는 것도 복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