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생 리더십을 깜짝 발탁한 네이버의 파격에 업계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무엇보다 업계에 잘 안 알려진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부 책임리더의 등장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네이버는 ‘깜짝 발탁’과 거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미 2년 전부터 차세대 리더 후보군을 여러 명 영입해 육성해왔고, 그 인재풀에 있던 ‘비장의 카드’ 중 하나라는 것이다.

2019년 창사 20주년을 맞은 네이버는 다음 20년을 준비하기 위해 글로벌 인재 영입에 나섰다. 네이버의 해외 사업 비중이 급격히 커지면서다. 한성숙 대표 후임자까지 고려해 인재 영입을 시작했다. 네이버는 주변 추천, 헤드헌팅업체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업무, 학업 등에서 해외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잇따라 채용했다. 한때 네이버에 몸담았고, 율촌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최 리더도 그중 하나다.

당초 네이버 경영진은 한성숙 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2023년 3월 이후 리더십 교체를 계획했다. 그때까지 차세대 리더 후보군의 여러 책임리더는 성과를 올리고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리더십을 다듬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5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터지면서 ‘조기등판’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최종 인선 과정도 전례없이 치밀했다는 후문이다.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6월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차기 경영진의 밑그림을 처음 제시한 게 시작. 그는 “더 젊고 새로운 리더들이 나타나서 회사를 이끄는 전면 쇄신을 하는 길이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이후 인사부서가 가장 먼저 한 일이 리더에 필요한 자질 재정립 작업. 결론은 글로벌 사업 맞춤형 인재였다. 주요 사업이 해외에서도 사회적 책임과 법적 의무를 다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차기 네이버 대표의 핵심 역할로 꼽았다. 기술 이해도와 글로벌 감각, 인수합병(M&A)과 신사업 발굴에 대한 실무 능력 등을 새 지표로 삼았다.

해당 기준을 바탕으로 네이버의 경영진인 한성숙 네이버 대표, 박상진 최고재무책임자(CFO), 채선주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 등이 각각 한두 명의 후보자를 추천했다. 경영진의 논의 끝에 최 리더를 단수 후보로 선정했다. 이사회 의장인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이 이끄는 6명의 이사진은 한 달여 동안 집중 인터뷰 등의 긴 검증과정을 거쳐 17일 최 리더를 차기 대표 내정자로 확정했다.

이과(공대)와 문과(로스쿨)를 오간 학습 스펙트럼과 해외 경험, M&A 실무 능력 등의 키워드를 두루 갖춘 최 리더가 별다른 진통 없이 무난하게 내정된 배경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회사에 대한 안팎의 균형 잡힌 시각을 견지하면서 장기적인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후보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사내에서 특정 사업을 맡진 않았지만 창업자 이해진 GIO의 지근거리에서 다양한 서비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면서 회사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검증받은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