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네이버' 최수연 대표 내년 국감 피하려면 '이것' 해야" [강경주의 IT카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강경주의 IT카페] 27회
네이버 이사회, 최수연 리더 차기 CEO 내정
회사 창립 이래 가장 파격적인 인사라는 평가
'反 네이버' 정서 없앨 카드 'ESG 경영' 꼽혀
"실적 등 숫자만 쫓는 1차원 경영서 탈피해야"
네이버 이사회, 최수연 리더 차기 CEO 내정
회사 창립 이래 가장 파격적인 인사라는 평가
'反 네이버' 정서 없앨 카드 'ESG 경영' 꼽혀
"실적 등 숫자만 쫓는 1차원 경영서 탈피해야"
네이버가 한성숙 현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내년 3월 취임할 차기 CEO로 1981년생의 '워킹맘' 최수연 책임리더를 내정했다. 41세 젊은 여성을 코스피 시가총액 3위(66조원) 국내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네이버의 얼굴로 내세우자 회사 안팎에서는 창립 이래 가장 파격적인 인사라는 말이 나온다. 그만큼 개혁에 대한 의지가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올해 뛰어난 실적을 거뒀지만 '글로벌 IT 기업' '대학생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회사'라는 수식어에 걸맞지 않게 후진적인 조직 문화를 노출했다.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한 대표가 국정감사에 불려간 것도 이 때문. 직장 내 괴롭힘 논란 탈피, 사내 학맥·파벌 등 경직된 기업 풍토 개선, 글로벌 매출 다변화, 턱밑까지 쫓아온 카카오와의 경쟁 등이 최 내정자가 해결해야 할 도전 과제로 꼽힌다.
최 내정자는 서울대 토목공학과 졸업 후 2005년 네이버(당시 NHN)에 공채 입사해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 조직에서 4년간 근무했다. 이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 변호사 자격증을 딴 뒤 법무법인 율촌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주로 기업 인수합병(M&A)과 회사법을 다룬 그는 이어 미국 하버드 로스쿨(LLM)을 졸업했고 2019년 11월 친정인 네이버에 다시 돌아와 글로벌 사업 지원을 총괄했다. 네이버에 재입사한 최 내정자는 다양한 사내 벤처기업(CIC)의 글로벌 전략을 지원하고 네이버 포트폴리오 재편 과정에서 능력을 발휘했다. 이로 인해 이 GIO의 두터운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내정자는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 승인과 이사회 결의를 거쳐 차기 대표이사로 최종 선임된다. 그는 '네이버 트랜지션(NAVER Transition) TF'를 가동해 글로벌 경영을 본격화하고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새 리더십 구축과 조직체계 개편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한 대표와 기존 경영진은 내년 3월까지 현직을 유지하며 업무 인계를 한 뒤 각자 전문성을 발휘해 '넥스트 스텝'을 밟는다. 네이버는 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필요한 역할을 맡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세대교체는 이 GIO가 지난 6월 말 전 임직원에 보낸 메일에서 이미 예고됐다. 그는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던 40대 직원이 지난 5월 극단 선택을 한 사건에 대해 사과하면서 "더 젊고 새로운 리더들이 나타나서 회사를 이끄는 전면 쇄신만이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해결책"이라고 인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빠른 세대교체로 안정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 내정자의 네이버 근무 경력이 길지 않아 이 GIO가 '수렴청정'하는 상황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같은 우려에도 네이버가 파격적인 선택을 한 배경에는 몇 가지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다. 네이버 같은 '빅테크'와 플랫폼 기업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게 사업 확장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네이버의 플랫폼 독점력 남용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올 하반기 더욱 거세졌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네이버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을 문제 삼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했고 중소상인들과 시민단체들이 네이버·쿠팡 등의 온라인 플랫폼 약관에 불공정한 조항이 다수 포함됐다며 공정위에 심사를 청구했다. 독과점 기업이라는 비판을 해소시켜야 하는 숙제가 거론되는 까닭이다.
카카오와의 경쟁에서 빨간불이 켜진 것도 도전 과제로 언급된다. 지난달 21일 공개된 네이버의 3분기 매출은 1조72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9%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하지만 2주 뒤 공개된 같은 기간 카카오 매출은 1조7408억원. 네이버 전신인 옛 NHN이 2003년 1분기 카카오의 전신인 다음을 매출에서 추월한 지 18년 반만에 역전을 허용한 것. 네이버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성적표다.
'글로벌'도 중요한 키워드로 읽힌다. 네이버는 '글로벌 기업'으로 불리지만 해외 매출 비중은 대중 인식보다 한참 낮은 사실상 '내수 기업'이다. 네이버는 지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전화 회의)에서 2021년을 글로벌 진출의 주요 변곡점으로 꼽았다. 수년 내 '라인'을 제외한 해외 사업 매출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그동안 매출 대부분이 국내에서 발생했다는 얘기다.
당시 한 대표는 네이버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경영진은 사안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사외 이사진에게 의뢰해 외부 기관 등을 통해 투명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받는 과정을 갖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뒤이어 임금 미지급 논란을 비롯해 눈에 띌만한 개선책은 요원했다.
네이버의 조직 문화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불거지자 노조와 동종업계가 목소리를 냈고 정치권도 네이버에 칼을 대기 시작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6일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는 직장 내 괴롭힘 법 시행(2019년 7월) 이후 사내 신고된 18건 중 6건만 조사에 착수해 단 1건만 징계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일하게 징계한 사안마저 상사가 공개석상에서 부하직원 뺨을 때렸음에도 가해자는 정직 8개월 이후 복귀, 피해자는 퇴직한 사건이었다. 당시 이 사안을 담당한 외부 조사기관은 회사에 가해자를 면직하라고 권고했으나 회사는 결국 해당 직원을 복직시켰다.
노 의원은 "네이버의 직장 내 괴롭힘이 만연화된 것은 전적으로 경영주의 책임"이라며 "국내 1위 IT 기업의 알고리즘에 사람은 애초부터 빠져 있었던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로 인해 이 GIO와 한 대표는 올해 국감서 연거푸 고개를 숙이고 조직 문화 개선을 약속하는 등 진땀을 뺐다. 2분기 실적발표 후 이어진 컨콜에서 한 대표는 가장 먼저 하반기 최대 역점 포인트로 '조직 문화 개선'을 언급했다. 최 내정자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부분 증권사 보고서에 네이버의 성장을 의심하는 내용은 찾기 힘들 정도로 이 회사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탄탄하다"며 "한 대표가 잘한 것으로 평가받는 중소상공인(SME) 중심의 커머스 사업, '해외 매출 효자' 네이버웹툰의 등의 운영 기조는 최 내정자가 그대로 물려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가장 시급한 건 '反 네이버' 정서다. 네이버가 개인에, 사회에, 국가에 도움을 준다는 인식을 줘야 한다"며 "가장 막강한 데이터 권력을 쥔 네이버가 실적 등 숫자만 쫓는 '1차원 경영'만을 고집하면 조직 문화 개선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사람 중심의 'ESG 경영'을 하지 않으면 최 내정자를 내년 국감장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네이버는 올해 뛰어난 실적을 거뒀지만 '글로벌 IT 기업' '대학생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회사'라는 수식어에 걸맞지 않게 후진적인 조직 문화를 노출했다.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한 대표가 국정감사에 불려간 것도 이 때문. 직장 내 괴롭힘 논란 탈피, 사내 학맥·파벌 등 경직된 기업 풍토 개선, 글로벌 매출 다변화, 턱밑까지 쫓아온 카카오와의 경쟁 등이 최 내정자가 해결해야 할 도전 과제로 꼽힌다.
서울대 공대→연대 로스쿨→하버드 로스쿨 출신 '스펙 끝판왕'
20일 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17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글로벌 사업 지원 책임자인 최수연 책임리더를 CEO 내정자로 승인했다고 밝혔다.최 내정자는 서울대 토목공학과 졸업 후 2005년 네이버(당시 NHN)에 공채 입사해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 조직에서 4년간 근무했다. 이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 변호사 자격증을 딴 뒤 법무법인 율촌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주로 기업 인수합병(M&A)과 회사법을 다룬 그는 이어 미국 하버드 로스쿨(LLM)을 졸업했고 2019년 11월 친정인 네이버에 다시 돌아와 글로벌 사업 지원을 총괄했다. 네이버에 재입사한 최 내정자는 다양한 사내 벤처기업(CIC)의 글로벌 전략을 지원하고 네이버 포트폴리오 재편 과정에서 능력을 발휘했다. 이로 인해 이 GIO의 두터운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내정자는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 승인과 이사회 결의를 거쳐 차기 대표이사로 최종 선임된다. 그는 '네이버 트랜지션(NAVER Transition) TF'를 가동해 글로벌 경영을 본격화하고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새 리더십 구축과 조직체계 개편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한 대표와 기존 경영진은 내년 3월까지 현직을 유지하며 업무 인계를 한 뒤 각자 전문성을 발휘해 '넥스트 스텝'을 밟는다. 네이버는 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필요한 역할을 맡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이사회가 최수연 내정자에게 기대하는 것
네이버 이사회가 최 내정자를 차기 CEO로 선임한 것은 세대교체를 통한 조직 쇄신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사회는 그가 회사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견지하며 장기적인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적격자라 판단했다고 밝혔다.이번 세대교체는 이 GIO가 지난 6월 말 전 임직원에 보낸 메일에서 이미 예고됐다. 그는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던 40대 직원이 지난 5월 극단 선택을 한 사건에 대해 사과하면서 "더 젊고 새로운 리더들이 나타나서 회사를 이끄는 전면 쇄신만이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해결책"이라고 인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빠른 세대교체로 안정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 내정자의 네이버 근무 경력이 길지 않아 이 GIO가 '수렴청정'하는 상황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같은 우려에도 네이버가 파격적인 선택을 한 배경에는 몇 가지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다. 네이버 같은 '빅테크'와 플랫폼 기업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게 사업 확장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네이버의 플랫폼 독점력 남용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올 하반기 더욱 거세졌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네이버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을 문제 삼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했고 중소상인들과 시민단체들이 네이버·쿠팡 등의 온라인 플랫폼 약관에 불공정한 조항이 다수 포함됐다며 공정위에 심사를 청구했다. 독과점 기업이라는 비판을 해소시켜야 하는 숙제가 거론되는 까닭이다.
카카오와의 경쟁에서 빨간불이 켜진 것도 도전 과제로 언급된다. 지난달 21일 공개된 네이버의 3분기 매출은 1조72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9%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하지만 2주 뒤 공개된 같은 기간 카카오 매출은 1조7408억원. 네이버 전신인 옛 NHN이 2003년 1분기 카카오의 전신인 다음을 매출에서 추월한 지 18년 반만에 역전을 허용한 것. 네이버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성적표다.
'글로벌'도 중요한 키워드로 읽힌다. 네이버는 '글로벌 기업'으로 불리지만 해외 매출 비중은 대중 인식보다 한참 낮은 사실상 '내수 기업'이다. 네이버는 지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전화 회의)에서 2021년을 글로벌 진출의 주요 변곡점으로 꼽았다. 수년 내 '라인'을 제외한 해외 사업 매출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그동안 매출 대부분이 국내에서 발생했다는 얘기다.
가장 시급한 숙제, 낙후된 조직 문화 개선
가장 시급한 문제는 단연 조직 문화 개선이다. 분당경찰서에 따르면 40대 네이버 직원 A씨는 지난 5월25일 오후 1시께 분당구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에는 '직장 내 갑질 등 업무와 관련한 스트레스로 힘들었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당시 한 대표는 네이버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경영진은 사안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사외 이사진에게 의뢰해 외부 기관 등을 통해 투명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받는 과정을 갖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뒤이어 임금 미지급 논란을 비롯해 눈에 띌만한 개선책은 요원했다.
네이버의 조직 문화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불거지자 노조와 동종업계가 목소리를 냈고 정치권도 네이버에 칼을 대기 시작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6일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는 직장 내 괴롭힘 법 시행(2019년 7월) 이후 사내 신고된 18건 중 6건만 조사에 착수해 단 1건만 징계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일하게 징계한 사안마저 상사가 공개석상에서 부하직원 뺨을 때렸음에도 가해자는 정직 8개월 이후 복귀, 피해자는 퇴직한 사건이었다. 당시 이 사안을 담당한 외부 조사기관은 회사에 가해자를 면직하라고 권고했으나 회사는 결국 해당 직원을 복직시켰다.
노 의원은 "네이버의 직장 내 괴롭힘이 만연화된 것은 전적으로 경영주의 책임"이라며 "국내 1위 IT 기업의 알고리즘에 사람은 애초부터 빠져 있었던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로 인해 이 GIO와 한 대표는 올해 국감서 연거푸 고개를 숙이고 조직 문화 개선을 약속하는 등 진땀을 뺐다. 2분기 실적발표 후 이어진 컨콜에서 한 대표는 가장 먼저 하반기 최대 역점 포인트로 '조직 문화 개선'을 언급했다. 최 내정자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부분 증권사 보고서에 네이버의 성장을 의심하는 내용은 찾기 힘들 정도로 이 회사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탄탄하다"며 "한 대표가 잘한 것으로 평가받는 중소상공인(SME) 중심의 커머스 사업, '해외 매출 효자' 네이버웹툰의 등의 운영 기조는 최 내정자가 그대로 물려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가장 시급한 건 '反 네이버' 정서다. 네이버가 개인에, 사회에, 국가에 도움을 준다는 인식을 줘야 한다"며 "가장 막강한 데이터 권력을 쥔 네이버가 실적 등 숫자만 쫓는 '1차원 경영'만을 고집하면 조직 문화 개선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사람 중심의 'ESG 경영'을 하지 않으면 최 내정자를 내년 국감장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