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난도 상향에 명문 학군 수요 증가
전셋값 폭등에 기존 세입자 이동 어려워
전세 수급 불균형 심화할 전망
서울 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등 서울 인기 학군 지역에서 전세난이 심화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불수능'(시험이 어렵다는 의미·물수능의 반대말)으로 명문 학군이 있는 지역의 새로 입주하려는 실수요자들이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셋값 상승으로 기존 학부모들이 다른 집으로는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입시철을 전후해 나타났던 '전세 물갈이'는 임대차법 시행 이후 급감했다는 게 현지에서의 얘기다.
"전셋값 올라 ‘물갈이’ 없어"
20일 강남구 일선 부동산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대치동에 있는 은마아파트 전용 84㎡ 전세 호가는 적게는 8억원에서 많게는 13억원이다. 전용 76㎡ 역시 5억5100만원에서 10억3000만원까지 호가가 형성됐다. 이중가격 내지 삼중가격이 형성되어 있다.지난 7월 재건축 단지 조합원이 분양권을 얻기 위해 채워야 했던 2년 실거주 의무가 취소된 이후 전세 매물이 쏟아지면서 내려갔던 가격이 반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회복했다. 전세 물량도 많지 않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교육 환경이 좋다고 알려진 지역에서는 수능 시험이 끝나면 '전세 물갈이'가 진행된다. 자녀가 수능을 본 세입자들은 빠져나가고, 수능을 치러야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그 자리를 채우는 식이다. 대치동에 있는 A 공인중개 관계자는 "평소에도 수요가 꾸준한데 이번 수능 시험이 어려웠다는 소식에 실수요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올해는 이러한 물갈이가 막혔다는 게 공통적인 목소리다. 자녀 교육을 위해 전세살이를 하던 학부모들이 수능이 끝났음에도 나갈 생각이 없어서다.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원래 전세금으로는 다른 곳으로 옮기기가 어려워졌다. 교육을 둘째 치고 당장 나가서 살 집이 없으니 일단은 버티기에 들어갔고, 이는 전세물량 감소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대치동 B 공인중개 관계자는 "2년 전에 계약한 은마아파트 전세금으로는 서울 강남에서 다른 전셋집을 찾기 어렵다"며 "(갈 곳이 없으니) 전세계약갱신청구권을 쓰지 않겠느냐. 실수요자들을 계속 밀려드는데 공급이 없으니 가격이 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양천구 목동이나 노원구 중계동 등의 사정도 비슷하다. 목동에 있는 신시가지4단지 전용 95㎡는 매물이 단 하나 밖에 나와있지 않다. 전세 호가는 10억8000만원에 형성됐다. 지난 9월 10억5000만원에 맺어진 전세 계약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노원구 중계동에 있는 청구3차 전용 84㎡ 역시 전세 호가가 10억원에 형성됐다. 지난 여름 형성된 8억원대보다 더 뛰었다.
서울 전셋값, 126주 연속 상승…물량은 쌓이는데 거래는 줄어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전셋값은 2019년 6월 넷째 주(24일) 이후 126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0.17%까지 상승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상승 폭을 줄여나가고 있다.전세 거래도 크게 줄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는 7745건(19일 기준)으로 지난해 10월의 1만890건보다 30% 가까이 감소했다. 다만 전세 물건은 쌓이고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 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573건으로 전년 동기(1만2925건)보다 2배 넘게 늘었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돈줄'이 마르자 폭등한 전셋값을 마련하기 어려워졌고 거래가 줄어든 탓이다. 여기에 임대차 3법과 세금 증가로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면서 공급 물량이 쪼그라든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단 분석이다. 이에 서울 전세 수급 불균형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