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누군가를 속여 비트코인을 받아낸 경우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판결을 처음으로 내놨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모 전 보스코인 이사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보스코인은 2017년 5월 국내 최초로 암호화폐공개(ICO)를 한 회사다. 재판부는 “비트코인은 경제적 가치를 디지털로 나타내 전자적으로 이전·저장·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가상자산의 일종으로 사기죄의 대상인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비트코인이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대법원은 범죄로 얻은 비트코인도 범죄수익에 해당하는 만큼 몰수할 수 있다는 판결을 2018년 처음으로 내린 바 있다. 다만 대법원이 비트코인이 사기죄의 객체인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스코인은 2017년 스위스에 ‘보스 플랫폼 재단’을 설립하고 ICO를 진행해 6902BTC(비트코인)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투자금은 3명 중 2명이 동의해야 출금이 가능한 다중서명계좌에 보관됐다.

박씨는 회사 설립자인 아버지의 회사 내 영향력이 다른 임원들 사이의 갈등으로 줄어들자 6000BTC를 자신의 단독 명의 계좌에 이체하기로 마음먹었다. 박씨는 “6000BTC를 단독 명의 계좌로 이체시켜 주면, 비트코인 수에 비례해 일정량의 코인을 지급받을 수 있는 이벤트에 참가한 뒤 곧바로 돌려주겠다”고 다른 주요 주주인 A씨·B씨를 속였다. 박씨는 비트코인을 이체받은 뒤 반환하지 않아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죄질이 가볍지 않고, 피해 회사 구성원과 투자자 상당수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면서도 “피고인은 자신의 아버지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해 범행에 이르렀고 개인적 이익을 취한 바 없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그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 박씨 측은 “비트코인 전송은 실물자산이나 권리와 연결돼 있지 않은 ‘정보의 기록이나 변경’에 불과해 비트코인 전송 그 자체를 재산상 이익의 이전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비트코인은 가상화폐의 일종으로 비트코인 거래에 관련된 당사자들이 이를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취급한 이상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으로 봐야 한다”며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