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 '먹는 코로나약' 바이러스 잡는 미끼 역할
코로나19 치료제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 등판이 임박했습니다. 먹는 치료제 얘기입니다. 정부는 미국 머크(MSD)가 개발한 경구용 치료제 ‘라게브리오(성분명 몰누피라비르·사진)’를 연내에 긴급 승인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선구매 계약도 맺었죠.

화이자는 ‘팍스로비드(PF-07321332, 리토나비르)’란 이름의 먹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 사용승인 신청을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셀트리온이 개발한 정맥주사 치료제 ‘렉키로나(레그단비맙)’는 유럽의약품청(EMA) 승인을 받았습니다. 국내 기업이 나홀로 개발한 바이오 신약이 유럽 문턱을 넘은 건 이 치료제가 처음이랍니다.

그렇다면 마치 외계어처럼 낯선 몰누피라비르와 리토나비르, 레그단비맙은 어떤 원리로 몸속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걸까요. 먼저 몰누피라비르입니다. 이름 뜻부터 알 필요가 있습니다. 몰누피라비르는 약 이름이 아니라 성분명입니다. 어미인 ‘비르(vir)’가 중요한데, 항바이러스제라는 의미입니다. 바이러스 퇴치제라는 뜻이죠. 세계 의학계가 항바이러스제의 성분명 끝을 ‘비르’로 하자고 약속한 겁니다.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의 성분명이 오셀타미비르인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몰누피라비르는 바이러스가 몸속에서 복제되는 것을 막는 방식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없앱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리보핵산(RNA) 중합효소라는 것을 통해 바이러스 RNA를 복제합니다. RNA는 ‘단백질 설계도’인 디옥시리보핵산(DNA)의 유전 정보를 본뜬 복사본입니다. RNA 중합효소가 RNA 설계도에 따라 바이러스를 복제할 때 몰누피라비르는 일종의 ‘가짜 나사’ 역할을 합니다. 망가진 설계도로 만들어진 바이러스는 그 기능을 잃게 되는 것이죠.

입원과 사망을 낮추는 효과는 50% 정도입니다. 다만 정상 유전체 복제에 작용할 가능성 때문에 부작용 우려가 나옵니다. MSD 측은 “동물 실험에서 돌연변이나 DNA 손상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고, 세계 규제 기관과 이 같은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화이자 팍스로비드의 성분인 PF-07321332와 리토나비르 역시 ‘~비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항바이러스제의 일종입니다. PF-07321332는 몰누피라비르처럼 바이러스 복제와 활성을 방해합니다. 몰누피라비르와 같이 바이러스가 복제할 때 필요로 하는 특정 효소(프로테아제)의 활성을 막아버립니다.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없애버리는 것이죠.

함께 투여되는 리토나비르는 PF-07321332가 몸에 오래 남아 있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팍스로비드는 임상 3상 결과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을 89%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셀트리온 렉키로나의 레그단비맙은 조금 다릅니다. 항체치료제라는 뜻입니다. 레그단비맙은 바이러스 복제를 방해하는 몰누피라비르나 PF-07321332와 달리 바이러스의 세포 침투를 막습니다. 항바이러스제가 바이러스 자체를 못 만들게 하는 것이라면 항체치료제는 형성된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못 들어가게 막는 것이죠.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에는 돌기 같은 스파이크 단백질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스파이크 단백질이 몸속 세포 표면(ACE2)에 들러붙어 세포 안으로 침투하는 것인데요. 렉키로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선제적으로 붙어버려 세포 안으로 바이러스가 들어가는 것을 막아버립니다. 마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공격수(스파이크 단백질)에 전담 마크(항체)를 붙여 공격을 불가능하게 하는 이치입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