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상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캐서린 타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20일 주요 대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한다. 미국과 중국이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는 반도체, 배터리 등의 분야에서 미국 중심의 공급망에 합류해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있어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9일 경제계와 주요 기업에 따르면 타이 대표는 20일 모처에서 10여 개 국내 기업 관계자들을 만난다. 4대 그룹에선 삼성전자 세트(완제품) 부문, 현대자동차, SK온, LG에너지솔루션 등의 부사장급이 참석한다. 다른 대기업 참가자 중엔 최고경영자(CEO) 등 사장급 인사들도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를 주관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주한 미국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관계자들도 간담회에 참여할 예정이다.

타이 대표는 당초에는 국내 기업 관계자들과의 면담 계획이 없었다. 토요일에 급작스럽게 간담회 일정이 잡히게 된 배경이다. 타이 대표는 앞서 일본을 방문했을 때도 기업인들과는 따로 만나지 않았다.

면담이 성사되는 과정에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처음엔 4대 그룹을 중심으로 한 회동을 추진했지만 전경련의 제안으로 간담회 규모를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계 관계자는 “주요 한국 기업에 미국의 공급망 전략을 설명하고자 하는 USTR과 직접 미국의 방침 등을 듣고 싶은 주요 기업의 입장이 맞아떨어지면서 예정에 없던 행사가 잡히게 됐다”며 “CEO급이 참여하지 못하는 기업이 적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USTR은 이번 간담회가 우리 정부에 설명한 통상 정책 방향을 기업에도 알리는 ‘캐주얼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간담회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 중국은 미국 못지않게 큰 시장이다.

중국에서 원자재를 들여오거나 중국 공급망을 통해 반제품을 조달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미국이 자국 중심의 공급망 전략을 강요할 경우 어려움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회의 일정이 잡혔다”며 “USTR이 계획에 없던 미국 투자를 종용하거나 특정 중국 업체와의 거래를 중단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