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으로 흉기를 휘둘러 일가족 3명을 다치게 한 40대 남성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17일 오후 인천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층간소음으로 흉기를 휘둘러 일가족 3명을 다치게 한 40대 남성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17일 오후 인천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일선 경찰들은 한 여경이 인천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지자 현장을 떠났다는 논란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 "터질 게 터졌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오는 2023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인 '경찰 남녀통합선발 체력검사'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경기도의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순경 A 씨는 19일 '이번 사건을 일선 경찰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는 한경닷컴의 질문에 "칼을 들면 사실 여자가 아닌 어떤 남자라도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이지만 도망을 친 건 심했다"면서 "함께 일하는 여경들도 있다 보니 이번 사건에 대해 서로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 아닌가"라고 말했다.

일선에서 근무하고 있는 경찰 중 일부는 여경과 함께 근무하기를 꺼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반적으로 지구대 파출소 한팀당 여경 1~2명이 배치되는데, 이들과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는 몇몇 팀장들이 아예 여경 없이 자신의 팀을 꾸리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남녀가 짝을 지어 순찰하는 상황에서 발생한 탓에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 "피해자가 운이 없었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A 씨는 "여경한테 체력적인 부분을 바라는 남경은 거의 없다. 그보다는 다른 부분에서 여경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라면서 "여성 피해자들을 진정시켜 진술을 듣거나 술 취한 여성을 상대할 때 여경들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사진=인천 경찰청
사진=인천 경찰청
이번 논란이 커지자 일부 경찰들은 오는 2023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인 '경찰 남녀통합선발 체력검사'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국가경찰위원회는 지난 6월 순환식·남녀동일기준·P/F제(합격 및 불합격만으로 구분하는 제도)를 골자로 한 '경찰 남녀통합선발 체력검사 도입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23년부터 일부 채용분야에서 이뤄지는 경찰 체력검사는 기존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등이 포함된 종목식에서 장애물 코스 달리기, 장대 허들넘기, 밀기·당기기, 구조하기, 방아쇠 당기기 등 5개 코스의 순환식으로 바뀐다.

이에 직장인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남녀동일기준 경찰 선발이 지닌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다. 남녀 공통으로 적용이 가능한 체력검사를 실시하다 보니 기준 자체가 현저히 낮아질 수밖에 없으며 여경뿐만 아니라 남경도 체력적으로 부족한 지원자가 채용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

서울의 한 지구대에서 근무 중인 경위 B 씨는 "터질 게 터졌다. 일선에서만 알 수 있는 이야기지만 남경과 여경이 짝을 지어 출동하는 경우 보통 순찰차 한 대가 뒤에 더 따라붙는다. 이게 무슨 인력 낭비인가"라며 "범죄자는 경찰관의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순찰차 한 대가 더 붙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체력시험의 기준이 너무 낮아져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데 이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게 체력시험의 현실화"라며 "범죄자가 여경이라고 봐준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 '체력시험 기준 상향'이라는 표현도 옳지 않다. 범죄자를 잡을 수 있을 만한 체력이 있는지 제대로 확인하는 '체력시험 기준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