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워…오늘이 안 지나갔으면"
우승 21년 기다린 KS MVP 박경수 "경기 끝나기 전부터 눈물이…"
kt wiz 베테랑 내야수 박경수(37)는 우승과 인연이 없는 선수였다.

성남고 1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0년 청룡기 대회 우승을 끝으로 아마추어와 프로 무대에서 단 한 번도 우승의 감격을 누리지 못했다.

우승은커녕 포스트시즌(PS) 무대도 많이 경험하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처음으로 PS 경기를 뛰어서 KBO리그 최고령 PS 데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박경수는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 4차전이 끝나기 전부터 눈물이 났다고 고백했다.

박경수는 "9회 마지막 수비 2사에서 더그아웃 옆에 앉아있던 유한준 형이 '고생했다'는 말을 했다"며 "울컥했다.

눈물이 고였다.

너무 좋다"고 말했다.

박경수는 KS 2, 3차전에서 승리를 이끄는 결정적인 호수비를 여러 차례 펼쳤고, 특히 3차전에선 귀중한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그는 KS 3차전 8회 수비에서 종아리 근육을 다쳐 KS 4차전은 더그아웃에서 지켜봤다.

KS 우승을 결정짓는 마지막 경기는 치르지 못했지만, 박경수는 KS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kt는 KS 4차전에서 8-4로 승리해 시리즈 전적 4승 무패로 창단 후 첫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다음은 박경수와 일문일답.
우승 21년 기다린 KS MVP 박경수 "경기 끝나기 전부터 눈물이…"
-- 경기 전부터 울고 있던 것 같은데.
▲ 눈물이 고였다.

옆에 앉아있던 유한준 형이 2아웃 상황에서 고생했다고 말을 건네 울컥했다.

정말 좋다.

-- 정규시즌 1위 결정전(타이브레이커)만큼은 울지 않은 것 같은데.
▲ 경기를 뛰고 있었다면 감정이 더 격해졌을 것 같다.

-- 후배들이 그라운드에서 세리머니를 하지 않고 박경수 선수를 기다렸는데.
▲ 다리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서 세리머니가 끝난 뒤 천천히 나가려고 했다.

기다려줄지 몰랐다.

유한준 형과 포옹하고 있었는데, 주변에 있는 누군가가 선수들이 기다린다고 이야기해 줬다.

후배들에게 감동받았다.

-- 우승하니 기분이 어떤가.

▲ 행복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 어렵다.

오늘이 지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 그동안 포스트시즌을 치르지 못하다가 KS MVP까지 받게 됐는데.
▲ 스토리가 있어서 받은 것 같다.

MVP는 kt 선수들 모두가 받아야 한다.

-- 최고령 KS MVP 기록도 세웠는데.
▲ 최고령인지 몰랐다.

고교 때 개인 기록상은 받아봤는데, 프로에선 처음이다.

우승 21년 기다린 KS MVP 박경수 "경기 끝나기 전부터 눈물이…"
-- MVP를 탈 것이라고 예상했나.

▲ 황재균이 맹활약을 해서 농담으로 '그만 안타 치고 형한테 MVP 밀어달라'고 했다.

솔직히 받고 싶었다.

-- KS 3차전에서 다친 뒤 어떤 기분이 들었나.

▲ 가장 중요한 시기에 몸을 다쳐서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몸보다 마음이 더 아팠다.

사실 어제 경기에선 허리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강철 감독님이 계속 몸 상태를 체크하셨는데, 경기에 뛸만해서 계속 뛰었다.

8회에도 1점 차라 수비를 계속 보고 싶었다.

접전 상황에서의 수비 부담을 후배들에게 주고 싶지 않았다.

-- 오늘 대신 나온 신본기가 홈런을 쳤는데.
▲ 정말 기분이 좋았다.

본기가 홈런을 친 뒤 내게 와서 2루에 좋은 기운이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더라.
-- 우승의 원동력은.
▲ 매우 많다.

KS 앞두고 연습 경기를 해주신 한화 이글스 정민철 단장님과 최원호 한화 2군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었는데, 한화 선수단이 수원까지 와서 2차례 연습경기를 치러줬다.

우승 21년 기다린 KS MVP 박경수 "경기 끝나기 전부터 눈물이…"
-- 이강철 감독이 오늘 경기 미출장 선수 명단에 포함하지 않았다.

대타라도 쓰고 싶어했는데.
▲ 전혀 몰랐다.

감독님은 고참들이 먼저 움직이도록 해주시는 분이다.

감독님은 고참급 선수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신다.

고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후배들을 끌고 간다.

후배들은 우리를 잘 따라준다.

감독님은 이런 문화와 팀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

우승 21년 기다린 KS MVP 박경수 "경기 끝나기 전부터 눈물이…"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친구인 삼성 라이온즈 투수 우규민이 KS를 앞두고 응원해줬다.

내 이름 경수의 이니셜이 KS라서 이번 KS에서 잘 할 것이라고 격려해줬다.

무척 고마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