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신고자 신분보장조치 요구 묵살한 권익위 결정은 위법"
KAIST 전문연구요원 '가짜출근' 의혹 신고자, 보호조치 받는다
전문연구요원의 '가짜 출근' 등 복무부실 의혹을 제기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재학생을 부패행위 신고자로 인정하지 않은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결정은 잘못됐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21일 KAIST 대학원 박사과정 중인 A씨가 권익위를 상대로 낸 신분보장조치요구 등 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2019년 8월 5일 A씨에게 한 신분보장조치 요구 및 신분 공개 경위 확인 요구에 대한 각하 결정을 각각 취소한다"고 밝혔다.

A씨는 2019년 대리출석 같은 일부 전문연구요원들의 복무규정 위반 의혹을 확인하고 병무청에 신고했다.

이들이 허위 출근을 하고 복무 사후처리(조퇴·외출 뒤 사후승인) 시 지도교수 서명을 위조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전문연구요원은 과학기술 인력 양성을 위해 마련한 병역 특례제도다.

일반적인 군대 생활 대신 연구기관에 몸담고 과학기술 연구·학문 분야에 종사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이후에 벌어졌다.

연구실에서 '다른 학생 복무기록을 비롯한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했다'는 등의 이유로 A씨의 실험실 출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앞서 권익위에도 복무 부실 의혹을 신고한 A씨는 불이익 조치 등이 이어지자 그해 4월 권익위에 신분 보장조치와 신분 공개경위 확인을 요구하는 한편 공익신고자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보호조치를 신청했다.

KAIST 전문연구요원 '가짜출근' 의혹 신고자, 보호조치 받는다
하지만 권익위가 "증거 자료가 없고 A씨 신분 노출 우려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

공익신고에 해당하지 않고, 부패행위 신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재판에서 "KAIST의 공직자와 교직원의 법 위반 행위인 만큼 부패행위 신고에 해당한다"며 "부당 감사, 신고자 색출을 위한 컴퓨터 압수, 실험실 출입 금지, 학회 참여·발표 취소, 지도교수 추천서 작성 거부 등 상당한 불이익 조치를 받았고 신고자 지위까지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부패행위로 판명되지 않았다며 신분보장 조치 요구에 대한 조사를 벌이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며 "이는 부패행위 신고를 장려하고 신고자를 보호하려는 부패방지권익위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가 신고한 일부 내용 자체로는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해 그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거나 법령을 위반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2019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KAIST 전문연구요원의 지각·무단결근 등 복무 위반 건수가 552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