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 시장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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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신간 서적 저자 기고
■ 「새로운 시대의 부, 디지털 자산이 온다」저자, 정구태
그간 우리나라 정부가 디지털 자산을 바라보는 관점은 법무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의 보도자료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듯이 줄곧 부정적이었다.
즉, 블록체인 산업은 진흥하되, 디지털 자산은 허용할 수 없다는 기조를 유지하며 존재 자체를 인정하려 하지 않고 있다. 2020년 3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은 비록 자금세탁방지와 과세근거 수립을 위한 법률 개정안이었지만, 동시에 디지털 자산의 제도화에 따른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특정금융정보법」에 디지털 자산 사업자가 명시되면서 자연스럽게 관련 산업이 법적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디지털 자산은 법률상으로는 ‘가상자산(Virtual Asset)’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며 이를 주된 업으로 하는 사업자를 ‘가상자산 사업자(Virtual Asset Service Provider)’라고 정의했다. 가상자산 사업자는 크게 가상자산 거래업자, 가상자산 보관관리업자, 가상자산 지갑서비스업자의 세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특정금융정보법」은 법률 제2조에 나와 있듯이 자금세탁행위, 공중협박자금조달 행위를 규제하는 데 필요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범죄 행위를 예방하고 건전하고 투명한 금융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데 목적이 있다.
금융위원회는 디지털 자산 산업의 진흥이나 발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금세탁방지와 과세를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를 위해 개정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도 정부의 디지털 자산 입법 조치에 있어서 첫째, 디지털 자산 거래를 제도화하는 것이 결코 아니며, 둘째, 디지털 자산 거래를 유사수신의 영역에 포함해 철저히 통제하면서 대응조치를 할 것이며, 셋째, 비생산적이고 투기적인 방향으로 몰리는 현상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결국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은 업계가 열망하던 제도권 진입이라는 목적은 작게나마 이뤘지만, 디지털 자산 산업의 진흥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통제의 목적이 크다.
금융감독원은 이미 2018년 당시 초기코인공개(ICO) 전면 금지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반면에 적극적인 대응으로 산업 진흥 측면에서 제도화를 달성한 국가도 있다. 싱가포르, 스위스, 영국 등은 다수의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을 유치하면서 생산적인 일자리 창출에 성공했다.
아시아의 금융허브라 일컫는 싱가포르는 신생 블록체인 스타트업 유치를 통해 2017년부터 2년간 약 18억 달러(한화 약 2조 원)에 달하는 해외 자금을 조달했다.
카카오의 클레이튼, 네이버의 링크를 비롯해 픽셀, 디카르고, 센티넬프로토콜, 엠블과 같이 다양한 국내 디지털 자산 프로젝트들이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하고 일명 ‘김치코인’이라고 불리는 자체 디지털 자산을 발행했다.
싱가포르가 이와 같은 성공을 이루게 된 이유는 시장 친화적 제도가 빠르게 뒷받침해줬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통화청(MAS)을 비롯한 스위스 금융시장감독관리국(FINMA)은 당시 선도적으로 ‘ICO 가이드라인’을 제정했고 영국은 ‘암호자산(Crypto Asset) 지침’을 발표해 시장에 대응했다.
그뿐만 아니라 더욱 아쉬운 점은 국내 우수 인력들의 해외 탈출 열풍이다. 2021년 4월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코인베이스에도 한국 출신의 전문 엔지니어들이 근무하는 등 해외 상위권 디지털 자산 거래소, 블록체인 기술업체 등에는 우수한 한국 인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고급 두뇌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담당 부처의 지정으로 드디어 디지털 자산의 제도화 논의가 시작된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치열한 논쟁을 통해 올바른 제도를 확립하고 관련 산업을 진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전에 염두에 두어야 할 것들이 있다. 디지털 자산과 이에 활용된 블록체인 기술 활용에 대해 중립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기술중립성이란 기술의 중립적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사전에 형성하는 것이다.
즉, 편견에 입각한 극단적인 관점이 아니라 기술과 서비스 자체를 중립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디지털 자산에 활용되는 블록체인 기술은 기반 기술이므로 어디에,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새로운 기술과 이에 기반한 서비스, 즉 디지털 자산의 등장은 우선 그 탄생 배경과 기술적 이해도를 바탕으로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설정해야 한다. 기술적인 이해를 등한시하거나 부정적인 면만 부각하는 것은 향후 새로운 산업의 등장을 저해하는 것이며 국가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산업의 방치를 넘어서 태생조차 금지하는 것은 미래 세대를 생각하지 않은 무책임한 처사다.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서비스는 제휴된 국내 은행의 고객만 거래소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든 계좌 입출금 서비스다. 현재 이를 제공하는 은행은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케이뱅크의 세 군데밖에 없다. 다른 시중 은행은 도입할 계획이 없음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금융 당국의 기본적인 가이드나 규정 없이 디지털 자산 거래소의 존폐가 걸린 문제를 일개 시중 은행이 전적으로 결정하도록 맡기는 것은 다소 무책임한 처사다. ‘규제의 업(業)’이라고 불리는 금융업에서 은행들에게만 거래소 생존의 책임을 지운다면 산업의 확대는 아무래도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ISMS 인증 또한 디지털 자산 사업의 특성, 사업단계별 고려를 하지 않고 획일적 보안 수준만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보안과 관련된 다양한 국내외 인증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ISMS만을 고집한 것은 기업의 수준이나 자금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기준이다.
또한, 국내 인증만을 규정하고 강요한 것은 해외 기업들이 국내에 진입할 때 또 하나의 장벽이 될 수 있다. ISMS뿐만 아니라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서비스 요건 모두 국내 상황만을 고려한 조치로써 유망한 해외 기업의 국내 진출을 어렵게 할 것이다.
기업에게 과도한 진입 장벽은 산업 자체를 말살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보다 유연하고 확장성 있는 정책의 입안이 필요하다.
다만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디지털 자산 사업자에 대한 최소한의 법률적 근거가 만들어졌고 이를 통해 제도화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초창기보다는 희망적이다. 디지털 자산 사업자에 대한 정의, 규제 범위, 신고 수리 요건, 의무사항 등을 언급해 자금세탁방지(AML)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점은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특정금융정보법」의 법률적 특성상 모든 디지털 자산 사업과 관련한 내용을 담을 수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 업권법이나 가이드, 지침 등에 대한 논의가 하루빨리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전문적이고 세심한 제도 마련을 통해 한국이 디지털 자산 선도국가로 우뚝 서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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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우리나라 정부가 디지털 자산을 바라보는 관점은 법무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의 보도자료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듯이 줄곧 부정적이었다.
즉, 블록체인 산업은 진흥하되, 디지털 자산은 허용할 수 없다는 기조를 유지하며 존재 자체를 인정하려 하지 않고 있다. 2020년 3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은 비록 자금세탁방지와 과세근거 수립을 위한 법률 개정안이었지만, 동시에 디지털 자산의 제도화에 따른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특정금융정보법」에 디지털 자산 사업자가 명시되면서 자연스럽게 관련 산업이 법적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디지털 자산은 법률상으로는 ‘가상자산(Virtual Asset)’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며 이를 주된 업으로 하는 사업자를 ‘가상자산 사업자(Virtual Asset Service Provider)’라고 정의했다. 가상자산 사업자는 크게 가상자산 거래업자, 가상자산 보관관리업자, 가상자산 지갑서비스업자의 세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으로 점차 제도권으로 스며드는 디지털 자산 산업
국내에서 디지털 자산과 관련된 법률 개정안이 처음 개시됐다는 점에서는 큰 의미가 있으나 「전자금융거래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등 산업 진흥을 위한 목적도 가진 기존 금융법이 아니라 규제 일변도인 「특정금융정보법」을 통해 디지털 자산을 제도화한다는 것은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특정금융정보법」은 법률 제2조에 나와 있듯이 자금세탁행위, 공중협박자금조달 행위를 규제하는 데 필요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범죄 행위를 예방하고 건전하고 투명한 금융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데 목적이 있다.
금융위원회는 디지털 자산 산업의 진흥이나 발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금세탁방지와 과세를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를 위해 개정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도 정부의 디지털 자산 입법 조치에 있어서 첫째, 디지털 자산 거래를 제도화하는 것이 결코 아니며, 둘째, 디지털 자산 거래를 유사수신의 영역에 포함해 철저히 통제하면서 대응조치를 할 것이며, 셋째, 비생산적이고 투기적인 방향으로 몰리는 현상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결국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은 업계가 열망하던 제도권 진입이라는 목적은 작게나마 이뤘지만, 디지털 자산 산업의 진흥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통제의 목적이 크다.
디지털 자산 선도국과 대비되는 국내 정책
국내 정부 당국의 일관된 제재는 그동안 국내 디지털 자산 산업의 발전 측면에서 많은 것을 잃게 했다. 디지털 자산 시장 초창기에 국내의 많은 과학자, 기술자, 혁신가 등이 이 산업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많은 이가 버티지 못하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업을 접거나 중단했다.금융감독원은 이미 2018년 당시 초기코인공개(ICO) 전면 금지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반면에 적극적인 대응으로 산업 진흥 측면에서 제도화를 달성한 국가도 있다. 싱가포르, 스위스, 영국 등은 다수의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을 유치하면서 생산적인 일자리 창출에 성공했다.
아시아의 금융허브라 일컫는 싱가포르는 신생 블록체인 스타트업 유치를 통해 2017년부터 2년간 약 18억 달러(한화 약 2조 원)에 달하는 해외 자금을 조달했다.
카카오의 클레이튼, 네이버의 링크를 비롯해 픽셀, 디카르고, 센티넬프로토콜, 엠블과 같이 다양한 국내 디지털 자산 프로젝트들이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하고 일명 ‘김치코인’이라고 불리는 자체 디지털 자산을 발행했다.
싱가포르가 이와 같은 성공을 이루게 된 이유는 시장 친화적 제도가 빠르게 뒷받침해줬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통화청(MAS)을 비롯한 스위스 금융시장감독관리국(FINMA)은 당시 선도적으로 ‘ICO 가이드라인’을 제정했고 영국은 ‘암호자산(Crypto Asset) 지침’을 발표해 시장에 대응했다.
그뿐만 아니라 더욱 아쉬운 점은 국내 우수 인력들의 해외 탈출 열풍이다. 2021년 4월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코인베이스에도 한국 출신의 전문 엔지니어들이 근무하는 등 해외 상위권 디지털 자산 거래소, 블록체인 기술업체 등에는 우수한 한국 인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고급 두뇌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새롭게 탄생하는 기술과 산업에 편견 없는 시선이 필요하다
2021년 5월 국무조정실은 부처 간 업무 조정을 통해 디지털 자산 산업의 관리 감독은 금융위원회가 담당토록 하고 블록체인 기술의 진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맡겼다.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담당 부처의 지정으로 드디어 디지털 자산의 제도화 논의가 시작된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치열한 논쟁을 통해 올바른 제도를 확립하고 관련 산업을 진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전에 염두에 두어야 할 것들이 있다. 디지털 자산과 이에 활용된 블록체인 기술 활용에 대해 중립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기술중립성이란 기술의 중립적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사전에 형성하는 것이다.
즉, 편견에 입각한 극단적인 관점이 아니라 기술과 서비스 자체를 중립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디지털 자산에 활용되는 블록체인 기술은 기반 기술이므로 어디에,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새로운 기술과 이에 기반한 서비스, 즉 디지털 자산의 등장은 우선 그 탄생 배경과 기술적 이해도를 바탕으로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설정해야 한다. 기술적인 이해를 등한시하거나 부정적인 면만 부각하는 것은 향후 새로운 산업의 등장을 저해하는 것이며 국가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산업의 방치를 넘어서 태생조차 금지하는 것은 미래 세대를 생각하지 않은 무책임한 처사다.
유연하고 확장성 있는 제도로 디지털 자산 강국으로 도약하기를
이번에 개정된 「특정금융정보법」 제7조에 따르면, 디지털 자산 사업자는 반드시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서비스’를 통해 금융 거래를 해야 하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으로부터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아야 한다.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서비스는 제휴된 국내 은행의 고객만 거래소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든 계좌 입출금 서비스다. 현재 이를 제공하는 은행은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케이뱅크의 세 군데밖에 없다. 다른 시중 은행은 도입할 계획이 없음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금융 당국의 기본적인 가이드나 규정 없이 디지털 자산 거래소의 존폐가 걸린 문제를 일개 시중 은행이 전적으로 결정하도록 맡기는 것은 다소 무책임한 처사다. ‘규제의 업(業)’이라고 불리는 금융업에서 은행들에게만 거래소 생존의 책임을 지운다면 산업의 확대는 아무래도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ISMS 인증 또한 디지털 자산 사업의 특성, 사업단계별 고려를 하지 않고 획일적 보안 수준만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보안과 관련된 다양한 국내외 인증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ISMS만을 고집한 것은 기업의 수준이나 자금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기준이다.
또한, 국내 인증만을 규정하고 강요한 것은 해외 기업들이 국내에 진입할 때 또 하나의 장벽이 될 수 있다. ISMS뿐만 아니라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서비스 요건 모두 국내 상황만을 고려한 조치로써 유망한 해외 기업의 국내 진출을 어렵게 할 것이다.
기업에게 과도한 진입 장벽은 산업 자체를 말살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보다 유연하고 확장성 있는 정책의 입안이 필요하다.
다만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디지털 자산 사업자에 대한 최소한의 법률적 근거가 만들어졌고 이를 통해 제도화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초창기보다는 희망적이다. 디지털 자산 사업자에 대한 정의, 규제 범위, 신고 수리 요건, 의무사항 등을 언급해 자금세탁방지(AML)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점은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특정금융정보법」의 법률적 특성상 모든 디지털 자산 사업과 관련한 내용을 담을 수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 업권법이나 가이드, 지침 등에 대한 논의가 하루빨리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전문적이고 세심한 제도 마련을 통해 한국이 디지털 자산 선도국가로 우뚝 서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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