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눈’ 등의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시인 김수영(1921~1968)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생애를 다룬 《길 위의 김수영》(홍기원 지음·삼인)이 출간됐다.

김수영문학관 운영위원장인 저자는 김수영의 출생과 사망까지의 행적을 ‘길’과 ‘장소’에 주목해 좇는다. 서울 종로2가 생가부터 김 시인이 다녔던 어의동보통학교와 선린상업학교, 학병 징집을 피해 이주했던 만주 지린, 광복 후 동료 예술가들과 교류했던 명동 휘가로다방, 6·25전쟁 때 갇혀 있었던 인천포로수용소, 그의 장례식이 열렸던 예총회관 광장 등이다.

저자는 “김수영의 삶과 관련해 잘못된 이야기들이 사실인 것처럼 세간에 퍼져 있어 이를 바로잡기 위해 책을 쓰게 됐다”며 “그가 머문 장소마다 남긴 사연을 좇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가 살았던 이야기를 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책은 철저한 답사와 문단 원로들의 생생한 인터뷰, 꼼꼼한 자료 조사로 다큐멘터리처럼 김수영의 삶을 풀어낸다. 그동안 공식적으로 발언을 삼가왔던 시인의 가족들 증언도 담겼다.

1946년 ‘묘정의 노래’를 발표하며 등단한 김수영은 당대의 억압에 비판적인 시를 많이 썼다. 교과서에도 실린 ‘눈’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풀’ 등이 유명하다. 1968년 교통사고로 46세에 눈을 감았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