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물 - 김안녕(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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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아끼던 물병을 어디 두고 왔는지 기억이 없네
유용하다고 말했지
아낀다고 했었지
아끼는 사람을 어디 두고 왔는데
알 수 없네
어느 틈에
어느 옛날에
목이 마를 때,
그제야
너를 잃었다는 그 생각
시집 《사랑의 근력》(걷는사람) 中
아침에 일어나, 뜨거운 물 한 모금을 마시면 몸에 피가 도는 게 느껴집니다. 올해도 이제 달력 한 장만 남았습니다. 나에게 물 같은 사람이 있었는지, 생각해봅니다. 목이 마를 때에야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물 같은 사람 하나 떠오릅니다. 단풍이 거의 다 지고 있습니다. 단풍나무의 뿌리가 가장 목마를 때, 나뭇잎이 떨어져 내려, 그 순간을 달래준다고 합니다. 막 떨어진 나뭇잎의 촉촉함을 기억하라고 낙엽을 밟으면 빗소리가 나나봅니다. 이렇게 삶은 그냥 깨우침을 주지 않고 뭔가 소중한 것을 잃은 뒤에야 알려주네요. 잃었다는 생각조차 아주 늦어버린 때.
이소연 시인(2014 한경신춘문예 당선자)
유용하다고 말했지
아낀다고 했었지
아끼는 사람을 어디 두고 왔는데
알 수 없네
어느 틈에
어느 옛날에
목이 마를 때,
그제야
너를 잃었다는 그 생각
시집 《사랑의 근력》(걷는사람) 中
아침에 일어나, 뜨거운 물 한 모금을 마시면 몸에 피가 도는 게 느껴집니다. 올해도 이제 달력 한 장만 남았습니다. 나에게 물 같은 사람이 있었는지, 생각해봅니다. 목이 마를 때에야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물 같은 사람 하나 떠오릅니다. 단풍이 거의 다 지고 있습니다. 단풍나무의 뿌리가 가장 목마를 때, 나뭇잎이 떨어져 내려, 그 순간을 달래준다고 합니다. 막 떨어진 나뭇잎의 촉촉함을 기억하라고 낙엽을 밟으면 빗소리가 나나봅니다. 이렇게 삶은 그냥 깨우침을 주지 않고 뭔가 소중한 것을 잃은 뒤에야 알려주네요. 잃었다는 생각조차 아주 늦어버린 때.
이소연 시인(2014 한경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