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정부 무능이 악화시킨 요소수 대란
중국의 전력난으로 촉발된 요소수 대란이 빠르게 해결되고 있다. 요소수 생산량이 하루 소비량 60만L를 훌쩍 넘어서기 시작했다. 값싼 범용 기초소재인 요소를 하루 200t씩만 공급해주면 말끔하게 해결될 일이었다.

엉뚱하게 ‘비싼 수업료’나 들먹이면서 ‘소란(小亂)’을 ‘대란(大亂)’으로 악화시켜버린 것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한 정부였다. 자신들에게 돌아올 책임을 면하겠다고 소비자의 고통을 외면해버린 환경부와 전문가들의 책임도 무겁다.

주무부처를 제쳐두고 어쭙잖게 사태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것은 기획재정부였다. 고작 1시간이면 동나버릴 2700만원어치의 요소수를 공수해 오겠다고 군용으로 써야 할 공중급유기를 동원해 1억원어치의 아까운 항공유를 공중에 뿌려버렸다. 작년 마스크 대란 때 동원했던 사실상의 사회주의 경제정책인 ‘배급제’를 다시 들고나오기도 했다. 물론 요소수 부족으로 속을 끓이던 소비자들에게는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이었다.

가장 기초적인 요소의 수입·소비 현황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요소의 중국 의존도가 97.8%라는 분석은 사실이 아니었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한 83만t의 요소 중 중국산은 66.3%뿐이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산 때문에 요소수 대란을 걱정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특정 기업들의 거래처가 중국에 한정돼 있던 사실을 오해한 결과였다.

요소수를 반드시 중국산 요소로만 만들어야 할 이유도 없다. 중국이 차량용으로 특별한 품질의 요소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요소는 매년 2억t이나 생산되는 값싼 기초화학 소재다.

초고순도 반도체 소재처럼 요소의 생산이 특정 국가에 한정돼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은 중국 외에 카타르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상당한 양의 요소를 수입하고 있다. 세계 10위 경제대국이 월 7000t의 값싼 요소를 수입하지 못해 쩔쩔맨다는 것은 소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우리도 요소를 직접 생산해야 한다는 주장도 터무니없는 억지다. 우리가 요소 생산을 포기하게 된 것은 기술력이나 자본이 없어서가 아니다. 우리도 1961년부터 2011년까지 요소를 생산했다. 1967년 가동을 시작했던 한국비료는 당시 세계 최대 요소 공장이었다. 오늘날 요소 생산은 대표적인 개발도상국형 산업이다. 탄소중립을 외치는 선진국인 한국이 환경에 부담을 주고, 수익성도 낮은 요소의 생산을 재개할 이유가 없다. 암모니아를 수입해 요소를 생산하자는 주장도 몰상식한 억지다.

산업용 요소수를 경유차에 쓰려면 환경적 영향과 차량의 고장 가능성에 대한 추가 시험이 필요하다는 환경부와 전문가들의 주장 역시 부끄러운 것이었다. 환경부는 법률에 따라 정해놓은 요소수(촉매제)의 ‘품질규격’과 ‘유로 6 배출가스 기준’만 확인하면 된다.

요소수가 오염저감장치(SCR)에 고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선무당급 전문가들의 주장은 근거도 없고 확인도 불가능한 것이다. 소비량이 경유 사용량의 1%에도 못 미치는 요소수가 견고한 SCR을 고장 낼 수 있다는 추정은 설득력이 없다.

‘산업용’(40%)과 ‘차량용’(32.5%)의 구분은 ‘순도’나 ‘품질’이 아니라 ‘농도’를 근거로 한 것이다. 자신들에게 돌아올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소비자의 고통을 외면해버린 환경부의 억지는 법과 제도를 무시한 부끄러운 꼼수였다. 선박용 요소수의 희석도 허용하고, 산업용으로 수입해놓은 요소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심지어 비료용 요소의 활용 가능성도 함부로 포기할 이유가 없다.

지난 8월 ‘소부장 백서’를 내놓으면서 아무도 흔들지 못하는 소재·부품·장비 강국을 만들었다고 떠들썩하게 자화자찬을 늘어놨던 정부의 입장이 머쓱해진 것은 사실이다. 특히 소재의 중국 의존도를 크게 낮췄다던 자랑이 부메랑이 되고 말았다. 우리가 아무나 쉽게 흔들어도 되는 나라로 추락해버린 것은 명백한 현실이다. 소재 강국을 외치기 전에 화학산업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을 해소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