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GLS, 개발부담금 취소 소송
"사업종료, 준공인가 2017년 아닌
부지개발 끝난 2013년 기준" 주장
기준마다 개발이익 500억 차이 나
세종 "2013년 이후에도 부지개발"
감리보고서·현장증거로 증명해 내
작년 12월 항소기각 판결 이끌어
화성시는 법무법인 세종을 내세워 대응에 나섰다. 세종은 2014년 이후에도 토지 개발이 이뤄졌다는 다양한 현장 증거를 제시했다. 세종은 1·2심 모두 방어에 성공했고 한라GLS 측이 상고하지 않아 이 판결은 확정됐다.
준공인가일 vs 착공신고일
한라GLS는 2010년부터 화성시 동탄면 47만4000㎡ 부지에 대규모 물류단지를 조성하는 화성 동탄물류단지 개발사업을 시행했다. 동탄물류단지의 준공인가일은 2017년 12월 28일이었다. 이후 화성시장은 2018년 7월 17일 한라GLS에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개발부담금 113억원을 부과했고, 한라GLS는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소송의 핵심 쟁점은 ‘개발부담금 산정을 위한 시점을 언제로 보느냐’였다.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개발부담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개발이익은 사업 개시 시점과 종료 시점의 땅값 차액이다. 종료 시점은 원칙적으로 사업의 준공인가 시점을 기준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사실상 토지 개발이 완료된 때’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한라GLS 측은 “준공인가 시점보다 앞서 착공신고 등을 한 시점을 기준으로 개발부담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류단지 내 일부 면적에 대해 사용허가를 받고, 개별 창고건물에 대해 착공신고를 했던 2013년 사실상 개발이 끝난 것으로 보는 게 맞다는 것이다.
만약 2017년을 종료 시점으로 보면 해당 부지의 가격이 1495억원으로 산정되지만, 2013년으로 당기면 998억원 수준으로 내려가게 된다. 개발이익이 500억원 정도 줄어들기 때문에 사실상 개발부담금 부과가 불가능해진다.
원고 주장 무너뜨린 현장 증거
화성시를 대리한 세종의 김형수(사법연수원 37기)·송시원(43기)·김아주(변호사시험 9회) 변호인단은 재판부에 정확한 사실관계를 전달하고, 원고 측 주장과 증거의 신빙성을 무력화하는 데 주력했다. 원고 측이 사실상 개발이 끝났다고 주장하는 2013년 이후에도 부지 개발작업이 이뤄졌다는 점을 증명하는 게 핵심이었다.변호인단은 담당 공무원들을 심층 인터뷰해 2014년과 2015년에도 공사가 계속됐으며, 건물 착공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원고 측에서 제출한 ‘기성고(공사의 진척도에 따른 공사비) 95%’로 표시된 감리보고서에 대해서도 “주요 기반시설 등이 설치되지 않은 상황이었던 만큼 원고 측 주장을 입증할 증거로 보기에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한라GLS 측이 창고건물에 대한 착공신고를 한 뒤에도 각 창고 부지의 개발 계획이 수정되는 등 실질적인 토지 개발이 2014~2015년 이후 계속됐다는 점을 확인했다.
1심 법원은 세종 변호인단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 부지는 2013년께 준공인가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개발 행위가 마무리된 상태가 아니었다”며 “원고가 주장하는 부지 조성공사조차 완료되지 않았으므로 ‘사실상 개발이 끝난 토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후 원고 측의 항소로 이뤄진 2심에서도 이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작년 12월 항소기각 판결이 내려졌다.
이후 원고 측에서 상고하지 않아 판결은 확정됐다. 김형수 변호사는 “개발부담금 산정과 관련해 ‘사실상 토지 개발이 완료된 때’라는 예외규정은 불가피한 사정으로 준공이 지체되거나 시행자에게 과도한 비용이 부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항목”이라며 “이번 판결은 실질적으로 토지 개발이 완료된 상태로 볼 수 없음에도 형식적으로 건물에 대한 착공신고만 앞당겨 개발부담금을 덜 내려는 시도가 부당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