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밤 12시께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사거리 부근 도로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김병언 기자
지난 20일 밤 12시께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사거리 부근 도로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김병언 기자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전환 이후 3주 넘게 지속되고 있는 심야택시 대란은 ‘예고된 사태’라는 분석이 많다. 2년 가까운 코로나19 사태로 2만5000명에 달하는 택시기사들이 운전대를 놓으면서 벌어질 공급난은 예상된 수순이었다는 게 택시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법적으로 폐지된 ‘사납금’이 기준금 등의 유사 형태로 횡행하고 있어 운전대를 떠난 기사들을 다시 불러올 유인은 마땅치 않다. 정부의 공유차 규제도 택시 대란을 심화시키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2년 새 기사 2만5000명 떠나

코로나 후 기사 2.5만명 떠나…"사납금 뿌리 뽑고, 공유車 규제 풀라"
21일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전국 택시기사는 24만1721명으로 코로나 사태 전인 2019년 12월(26만7189명) 대비 2만5468명(9.5%) 감소했다. 일을 관둔 기사 대부분은 법인택시기사다. 법인택시기사가 같은 기간 10만2320명에서 7만7012명으로 24.0% 급감한 반면 개인택시기사는 0.1%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들이 운전을 포기한 이유는 코로나19로 수입이 줄어서다. 오후 10시 영업시간 제한, 5인 이상 모임 금지 등 조치로 회식과 모임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자영업자만큼이나 큰 타격을 입었다. 서울의 하루 평균 택시 탑승 건수는 2019년 3230건에서 지난해 2656건으로 17.8% 감소했다. 12년째 택시기사로 일하고 있는 윤모씨는 “택시 운전보다 벌이가 나은 대리운전, 퀵서비스, 배달 같은 업종으로 이직한 동료가 많다”고 전했다.

코로나 후 기사 2.5만명 떠나…"사납금 뿌리 뽑고, 공유車 규제 풀라"
이런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를 계기로 택시 수요가 폭발하자 택시 대란이 빚어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밤 시간대(오후 11시∼다음날 오전 4시) 택시의 평균 영업 건수는 지난달 시간당 1만6510건에서 이달 들어 시간당 2만8972건으로 75.5% 급증했다. 반면 밤 시간대 운행 택시는 시간당 1만6519대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보다 5551대 적은 74.8% 수준이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장기간 낮 시간에만 운행하던 기사는 야간에 운전하면 사고 확률이 크게 높아져 쉽게 운행 시간을 바꾸지 못한다”며 “밤에 운전할 기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탑승 하루 전날 택시를 예약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직장인 김모씨(29)는 “최근 택시가 새벽 1시까지 잡히지 않아 회사 인근 호텔에서 자고 출근한 적이 있다”며 “요즘 저녁 모임이 있으면 하루 전날 택시를 예약한다”고 말했다.

정책 실패가 부른 택시 대란

이 같은 택시 대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택시기사를 다시 데려올 유인책이 없다”는 게 택시업계의 목소리다. 택시업계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사납금 관행 등으로 기사를 뽑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납금은 법인택시기사가 회사에 내야 하는 일종의 차량 이용료다. 지난해 사납금 제도가 법적으로 폐지됐지만, 현장 택시기사들은 “유사 사납금 제도가 암암리에 유지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개인택시보다 법인택시기사 감소율이 훨씬 높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택시기사 고모씨(55)는 “2년 전 하루 14만~15만원이던 사납금이 현재는 17만~18만원으로 올랐다”며 “10시간을 운전해도 사납금을 내고 나면 수익이 0원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

업계는 모빌리티 업체의 진출을 막아온 정부 책임도 크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정부는 여러 기업이 택시와 비슷한 운송 서비스를 내놓을 때마다 기존 택시기사의 손을 들었다. 2013년 우버는 일반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해주는 승차 공유 서비스 ‘우버엑스’를 국내에 내놨지만 서울시의 압박에 서비스를 접었다. 지난해 3월에는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통과해 VCNC가 렌터카 기반 호출 서비스인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종료해야 했다.

이로 인해 “신규 모빌리티 업체의 유입은 줄고, 특정 플랫폼 기업의 종속만 심화됐다”는 게 택시업계 설명이다. 대형 승합택시를 모는 한 택시기사는 “운행 건수당 수수료 10%를 내고, 가스비와 보험료를 지출하면 수익의 절반도 남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양길성/장강호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