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노빠꾸'…이번엔 화산 옆에 비트코인 도시 세운다 [임현우의 비트코인 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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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법정화폐 채택한 81년생 대통령
국제사회·여론 우려에도 '親암호화폐' 행보
국제사회·여론 우려에도 '親암호화폐' 행보
▶11월 22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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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구독신청 hankyung.com/newsletter 토요일 밤, '비트를 느끼라(Feel the bit)'는 문구를 큼지막하게 띄운 해변가 특설 무대. 야구모자를 돌려쓴 남성이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말한다.
"소득세를 0%, 영원히 0%로 만들 거다. 자본이득세 0%, 재산세 0%, 급여세 0%."
이 장면만 보면 라임 잘 맞추는 래퍼 같지만, 그의 정체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다. 지난 9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달러와 더불어 양대 법정화폐로 채택한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 얘기다.
로이터·알자지라·프랑스24 등 외신에 따르면 부켈레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밤 엘살바도르에서 열린 '비트코인 위크' 행사에서 "세계 최초의 '비트코인 시티'를 건설하겠다"며 "주거지역, 상업지역, 공항, 항구, 철도, 엔터테인먼트 시설 등 모든 걸 갖추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라우니온 일대에 들어설 예정인 이 도시는 콘차과 화산과 가깝다. 화산을 활용한 지열(地熱) 발전으로 도시 전체에 전력을 공급하고, 암호화폐 채굴장도 돌린다는 게 부켈레 대통령의 구상이다. 그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완벽한 생태도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도시 중앙에는 비트코인 로고를 본뜬 대형 광장도 조성한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3798달러에 불과한 엘살바도르가 이런 야심찬 개발 사업은 무슨 돈으로 한다는 걸까. 부켈레 대통령은 그 방법도 함께 제시했다. 바로 '빚을 내는 것'.
엘살바도르는 2022년부터 10년 만기 '볼케이노 본드(volcano bond)'를 발행하기로 했다. 이 채권을 팔아 총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채권으로 끌어온 자금의 절반은 도시 인프라 구축에, 나머지 절반은 비트코인 구입에 쓸 예정이다.
5년 간의 록업(매도 금지) 기간이 끝나면 비트코인을 시장에 되팔아 채권자들에게 추가 배당금을 돌려준다고도 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장기적으로 무조건 오른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판매 조건이다. 채권 발행에 참여하는 블록체인업체 블록스트림의 샘슨 모우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엘살바도르는 세계의 금융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시티의 또 다른 특징은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어떤 세금도 걷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가가치세 중 절반은 채권 상환에, 나머지 절반은 청소를 비롯한 행정 서비스에 투입할 방침이다. 이날 부켈레 대통령은 청중들을 향해 "여기에 투자해 원하는 돈을 모두 벌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자신의 계획을 고대 마케도니아왕국 알렉산더 대왕이 세운 도시들에 비유하기도 했다. 다만 비트코인 시티가 언제 완성될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활용하면 이민자들의 본국 송금이 저렴하고 편리해지며, 경제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법정화폐 채택'을 강행했다. 엘살바도르는 미국 등 이민자들이 보내오는 송금액에 GDP의 20% 이상을 의존하고 있다. 엘살바도르는 암호화폐 지갑 앱 '치보'(Chivo)를 사용하는 국민들에게 30달러어치 비트코인을 에어드롭(무상 지급)하는 등 암호화폐 보급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금융기구들은 "암호화폐를 법정통화로 취급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고 위험한 일"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엘살바도르 국민 사이에서도 비트코인 도입에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았다.
1981년생인 부켈레 대통령은 2019년 엘살바도르의 최연소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비트코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SNS를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독재자' '포퓰리스트'라는 평가도 많이 받는다. 국가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사들이고 있는 엘살바도르는 10월 말 기준 최소 1100개의 비트코인을 소유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다.
개발도상국 가운데 엘살바도르의 뒤를 이어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는 나라가 있을지 관심을 모았지만 '다음 타자'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블록체인 기업 유치를 염두에 두고 암호화폐에 친화적인 정책을 펴는 사례는 있다. 미국 뉴욕과 마이애미가 대표적이다. 최근 재선에 성공한 프랜시스 수아레스 마이애미시장이 "두 번째 임기 첫 월급을 비트코인으로 받겠다"고 밝히자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 당선인은 "첫 3개월치 급여를 비트코인으로 받겠다"고 맞불을 놨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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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세를 0%, 영원히 0%로 만들 거다. 자본이득세 0%, 재산세 0%, 급여세 0%."
이 장면만 보면 라임 잘 맞추는 래퍼 같지만, 그의 정체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다. 지난 9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달러와 더불어 양대 법정화폐로 채택한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 얘기다.
로이터·알자지라·프랑스24 등 외신에 따르면 부켈레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밤 엘살바도르에서 열린 '비트코인 위크' 행사에서 "세계 최초의 '비트코인 시티'를 건설하겠다"며 "주거지역, 상업지역, 공항, 항구, 철도, 엔터테인먼트 시설 등 모든 걸 갖추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라우니온 일대에 들어설 예정인 이 도시는 콘차과 화산과 가깝다. 화산을 활용한 지열(地熱) 발전으로 도시 전체에 전력을 공급하고, 암호화폐 채굴장도 돌린다는 게 부켈레 대통령의 구상이다. 그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완벽한 생태도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도시 중앙에는 비트코인 로고를 본뜬 대형 광장도 조성한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3798달러에 불과한 엘살바도르가 이런 야심찬 개발 사업은 무슨 돈으로 한다는 걸까. 부켈레 대통령은 그 방법도 함께 제시했다. 바로 '빚을 내는 것'.
엘살바도르는 2022년부터 10년 만기 '볼케이노 본드(volcano bond)'를 발행하기로 했다. 이 채권을 팔아 총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채권으로 끌어온 자금의 절반은 도시 인프라 구축에, 나머지 절반은 비트코인 구입에 쓸 예정이다.
5년 간의 록업(매도 금지) 기간이 끝나면 비트코인을 시장에 되팔아 채권자들에게 추가 배당금을 돌려준다고도 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장기적으로 무조건 오른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판매 조건이다. 채권 발행에 참여하는 블록체인업체 블록스트림의 샘슨 모우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엘살바도르는 세계의 금융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시티의 또 다른 특징은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어떤 세금도 걷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가가치세 중 절반은 채권 상환에, 나머지 절반은 청소를 비롯한 행정 서비스에 투입할 방침이다. 이날 부켈레 대통령은 청중들을 향해 "여기에 투자해 원하는 돈을 모두 벌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자신의 계획을 고대 마케도니아왕국 알렉산더 대왕이 세운 도시들에 비유하기도 했다. 다만 비트코인 시티가 언제 완성될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활용하면 이민자들의 본국 송금이 저렴하고 편리해지며, 경제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법정화폐 채택'을 강행했다. 엘살바도르는 미국 등 이민자들이 보내오는 송금액에 GDP의 20% 이상을 의존하고 있다. 엘살바도르는 암호화폐 지갑 앱 '치보'(Chivo)를 사용하는 국민들에게 30달러어치 비트코인을 에어드롭(무상 지급)하는 등 암호화폐 보급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금융기구들은 "암호화폐를 법정통화로 취급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고 위험한 일"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엘살바도르 국민 사이에서도 비트코인 도입에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았다.
1981년생인 부켈레 대통령은 2019년 엘살바도르의 최연소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비트코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SNS를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독재자' '포퓰리스트'라는 평가도 많이 받는다. 국가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사들이고 있는 엘살바도르는 10월 말 기준 최소 1100개의 비트코인을 소유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다.
개발도상국 가운데 엘살바도르의 뒤를 이어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는 나라가 있을지 관심을 모았지만 '다음 타자'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블록체인 기업 유치를 염두에 두고 암호화폐에 친화적인 정책을 펴는 사례는 있다. 미국 뉴욕과 마이애미가 대표적이다. 최근 재선에 성공한 프랜시스 수아레스 마이애미시장이 "두 번째 임기 첫 월급을 비트코인으로 받겠다"고 밝히자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 당선인은 "첫 3개월치 급여를 비트코인으로 받겠다"고 맞불을 놨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