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 게임사가 NFT(대체 불가능 토큰) 게임 개발에 나서는 등 업계에 NFT 열풍이 거세다. 게임업계 못지않게 NFT 개발 열기가 뜨거운 분야가 바로 패션업계다. 구찌, 루이비통, 버버리 등 웬만한 글로벌 패션 브랜드는 모두 NFT 시장에 참여했다.

NFT는 그림 파일, 동영상 등 디지털 콘텐츠에 고유한 인식값을 부여해 ‘원본’을 지정한 것을 말한다. 무한 복제가 가능해 가치를 매기기 어려웠던 디지털 콘텐츠에 희소성 있는 가치가 생겨 거래할 수 있게 됐다.

게임 이어 패션 브랜드도 'NFT 열풍'
구찌, 버버리 등 명품 패션 브랜드는 현실 세계에서도 소장 가치가 크다. 명품을 기반으로 만든 디지털 콘텐츠도 기획만 잘하면 구매 수요가 클 것이라는 게 패션 기업들의 생각이다. 패션 NFT를 메타버스 내 아이템 등으로 쓸 수 있게 하면 실용성도 확보할 수 있다.

버버리가 만든 NFT가 이를 잘 보여준다. 버버리는 지난 8월 블록체인 게임 ‘블랑코스 블록 파티’에 버버리 패션으로 꾸민 게임 캐릭터 ‘샤키B’(사진)를 출시했다. 버버리 특유의 모노그램을 온몸에 새긴 상어 캐릭터다. 750개의 샤키B NFT는 출시 30초 만에 완판됐다. 최초 판매가는 300달러였으나 이후 재판매 가격은 1100달러 이상으로 뛰었다.

구찌는 5월 자사의 패션 스토리를 담은 동영상을 NFT로 발행해 2만5000달러에 팔았다. 루이비통은 8월 창립 200주년을 기념해 NFT를 적용한 ‘루이: 더 게임’이란 모바일 게임을 선보였다.

상품화 용도로만 NFT를 쓰는 건 아니다. 루이비통 모기업 LVMH와 프라다, 까르띠에는 ‘아우라’라고 이름 붙인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결성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실물 제품 안에 전자칩을 삽입하고 이와 연동되는 ‘디지털 정품 인증서’를 NFT로 발행하기로 했다. NFT의 기반은 블록체인이고 블록체인은 위·변조 방지가 핵심 기능이다. 이런 장점을 살려 현실 세계에서도 NFT의 활용처를 찾은 셈이다. 세계 1위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에스티 로더, 휴고 보스 등도 NFT 사업 계획을 밝혔다.

최근엔 증강현실(AR)과 같은 메타버스 기술이 패션 NFT의 가치를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드레스엑스, RTFKT 등 기업은 가상 의류·신발을 NFT로 만든다. 동시에 현실 세계 위에 디지털 이미지를 덧입히는 AR 기술로 디지털 옷의 가상 피팅을 할 수 있게 했다. 옷을 입은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릴 수도 있다. RTFKT는 2월 디지털 아티스트 푸오셔스(FEWOCiOUS)와의 협업으로 NFT 스니커즈를 선보였는데, 600개 NFT가 완판돼 3000만달러의 수익을 냈다.

구찌도 AR 서비스에 적극적이다. 이 회사가 지난달 선보인 ‘구찌 스니커 개러지’는 구찌의 스니커즈를 AR로 가상 착용하고 사진·영상을 찍어 공유할 수 있게 했다. AR 스니커즈 제작 도구로 사용자가 가상 스니커즈를 직접 디자인할 수도 있다. 구찌 스니커 개러지가 대중화되면 NFT의 접목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