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해달라" 사회자 요청에도 '두리번'
與 "프롬프터 없이는 연설도 못 해"
"이런 분이 대통령 후보라니…" 맹비난
윤석열 측 "주최 측의 전적인 기술적 실수"
"돌발상황에 진행 안내 기다린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선캠프 상황실장을 맡았던 김남국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몇 달 전에 윤석열 후보가 '이제부터 배우만 하겠다'고 논란을 일으켰던 일이 생각나는데 이제 그마저도 제대로 못 하는 것 같다"며 "준비된 대본이 없으면 단 한마디 말조차 못 하는 후보가 과연 국정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적었다.
이어 "이렇게 준비되지 않은 후보, 실력 없는 후보가 과연 대한민국을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 정말 걱정스럽다"면서도 "이재명 후보는 10분 동안 프롬프터 없이 평소의 생각과 비전을 거침없이 밝혔다고 한다"고 이 후보를 치켜세웠다.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프롬프터 없이는 한 마디도 안 나오는 윤석열 후보. 딱하다"고 했고, 백혜련 최고위원은 "프롬프터 없이는 연설도 하지 못하는 이런 분이 대통령 후보라니"라고 했다.
앞서 윤 후보는 이 후보와 이날 오전 TV조선이 주최한 '글로벌 리더스 포럼 2021'에 나란히 출연해 국가 정책 비전을 발표했다.
먼저 연단에 선 이 후보는 "아주 짧은 시간이긴 한데 요약해서 제 의견을 몇 가지만 말씀드리겠다"면서 본인의 정책 비전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는 따로 연설문이나 프롬프터 화면 등을 사용하지 않았다.
반면 뒤이어 연설에 나선 윤 후보는 준비된 연설문이 프롬프터에 보이지 않자 약 2분간 침묵했다. 침묵이 시작되자 사회자는 "잠시 무대 준비가 있겠다"고 안내한 뒤 잠시 후 "시작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윤 후보가 계속 말을 하지 않자 사회자는 다시 "오디오 좀 조절하겠다"고 재차 양해를 구했다.
이를 목격한 일부 시청자들은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연설 능력을 비교하며 윤 후보를 비판했다. 이들은 "대본 없으면 아무 말도 못하나", "돌발상황에 대처 못 하나", "대본을 외울 노력조차 안 하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논란이 거세지자 윤 후보 측은 행사 주최 측의 전적인 실수로 빚어진 해프닝으로, 돌발상황이 발생하자 윤 후보가 주최 측의 안내를 기다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오늘 윤 후보의 국가 미래 비전 발표 시 주최 측의 전적인 기술적 실수로 잠시 진행이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았다"며 "윤 후보 연설 순서에 프롬프터가 작동되지 않았고 후보는 영문도 모른 채 정상화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생방송 중이었으므로 돌발상황에 대한 주최 측의 진행 안내를 기다리는 것이 상식적이고 당연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이 상황을 두고 오히려 윤 후보에게 인신공격을 가하고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며 "생방송 진행 관련 기술적 실수로 진행이 안 된 것을 두고 행사에 초대받아 참석한 사람에게 책임지고 수습했어야 한다는 주장은 억지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