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장애인 교육을 지원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최신 정보기술(IT)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접목한 사례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는 경기 구리 장애인가족지원센터, VR 콘텐츠개발사 텍톤스페이스, 발달장애인 일터 기업 베어베터 등과 함께 발달장애인을 위한 직장생활 예행연습 VR 콘텐츠를 개발했다. 발달장애인이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준비하고 집을 나서 지하철을 타고, 건물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사무실로 올라가는 과정을 VR로 체험(사진)할 수 있도록 했다. 발달장애인의 눈높이에 맞게 ‘미션’의 종류를 세분화했다. 세수와 머리 빗기, 손톱 정리 등을 별도 과제로 제시하는 식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도 발달장애인을 위해 커피 내리기 등 바리스타 교육과정을 VR·AR 콘텐츠로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 취업률이 높은 직종 중심으로 콘텐츠 제작을 늘릴 계획이다.

넷마블은 작년 넷마블문화재단을 통해 숭실대 미디어학과와 함께 발달장애인 교육용 AR 모바일게임 ZOOCUS를 개발했다. 숫자가 쓰인 블록으로 제한 시간 안에 특정 숫자를 만들어 내는 등의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발달장애인의 지능 개발은 물론 의사소통 역량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VR·AR 기술은 발달장애인 교육과 궁합이 잘 맞는다. 안전하게 반복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붐비는 지하철에서의 행동 예절, 뜨거운 우유 스팀을 뽑아내는 법 등을 물리적 부상 위험이 없는 가상 환경에서 연습할 수 있다. VR·AR 그래픽을 적절히 활용하면 긴 시간 집중하기 힘든 발달장애인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정원 초과 표시등이 뜨는 경우 등 돌발상황을 설정해 대응 방법을 익히는 것도 가능하다. 가상 상황이다 보니 장애인과 도우미들이 느끼는 심적 부담이 확 줄어 교육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설명이다.

KT의 직장생활 연습 VR 콘텐츠를 체험한 한 발달장애인은 “VR 교육을 반복 체험하면서 상황에 따라 목소리 크기를 달리 내는 법을 익혔다”며 “가상세계에서 교육받으니 평소엔 잘하지 못하던 것도 주눅 들지 않고 여러 번 시도해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