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 재선임, 기술주 폭락 부르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월요일인 2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개장 직전인 9시께 미 중앙은행(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재선임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연임시키고, 경쟁하던 레이얼 브레이너드 이사는 부의장으로 지명할 것이라고 백악관에서 공식 발표한 것입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금리, 달러가 순식간에 치솟았습니다. '누가 차기 의장이 될지'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브레이너드 Fed 이사가 의장이 되면 완화적 통화정책이 계속될 것이란 일부 베팅이 되돌려진 덕분입니다. 그리고 30분 뒤 열린 뉴욕 증시에서 S&P500 지수와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로 솟구쳤습니다. 3대 지수가 모두 0.5% 안팎 상승세를 보이며 출발한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공화당원이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파월 의장에게 또다시 4년 임기를 맡긴 이유는 무엇일까요?
① 정권을 위협하는 인플레이션 위험
백악관이 파월 의장 재선임 소식을 전하면서 낸 성명서에는 흥미로운 구절이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저는 파월 의장과 브레이너드 이사가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확신한다. 완전 고용을 제공함으로써 우리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질 것"이라고 밝힌 겁니다. 즉 Fed의 두 가지 책무 가운데 인플레이션을 최대 고용에 앞서 먼저 언급한 것입니다. 이날 오후 1시 20분, 바이든 대통령은 파월 의장과 브레이너드 이사를 불러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파월과 브레이너드는 각각 1분가량 발표 시간을 가졌습니다. 파월은 "언제나 그렇듯이 도전과 기회가 남아 있다. 전례 없는 경제 재개는 전염병의 지속적인 영향과 함께 수급 불균형, 병목 현상, 인플레이션 폭발로 이어졌다. 우리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미국의 가족들에게 큰 타격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경제와 강력한 노동 시장을 지원하고 더 높은 인플레이션이 고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의 도구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브레이너드 이사도 "대통령님, 중요한 시기에 이 책임을 저에게 맡기신 것을 진심으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Fed에 있는 동안 일하는 미국인을 제 노력의 중심에 두겠다고 약속합니다. 이는 미국인들이 일과 소득에 집중할 때 인플레이션을 낮추겠다는 뜻입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둘 다 짧은 메시지에서 전한 핵심은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최악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21일 발표된 CBS-유거브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3%만이 바이든의 인플레이션 관리에 찬성했고 나머지 67%는 반대했습니다. 또 56%는 바이든의 재임에 반대했고 44%만이 찬성했습니다. 설문 참여자의 64%는 미국 경제를 "상당히 나쁨" 또는 "매우 나쁨"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84%가 물가 상승을 그 이유를 꼽았습니다. 설문 대상이 된 여러 가지 정책 가운데 60% 이상이 바이든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답한 건 코로나 백신 배포밖에 없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바이든이 파월 의장 선임에서 인플레이션을 고용에 앞세운 것은 의미심장하다. 파월을 선택한 건 브레이너드보다 인플레이션을 더 잘 다룰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대 고용이 우선순위였다면 브레이너드를 택했을 것이란 뜻입니다.
블랙록의 릭 라이더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트위터를 통해 "Fed는 테이퍼링을 시작하기 위해 놀랍게도 매우 오래 기다렸다. 사실 과열과 인플레이션이 경제의 주요 위험으로 지적되는 지금 유동성이 여전히 시스템에 주입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2022년 봄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월가 추정치보다 더 많이 상승해 1분기에 정점을 찍은 후 내년 하반기에 떨어질 것이다. 이런 인플레이션과 강한 노동 시장 등을 고려할 때 우리는 Fed가 향후 몇 달 내 매파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조기 금리 인상에 앞서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랜드손튼의 다이앤 스웽크 이코노미스트도 이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파월은 과거 통화정책을 급격히 전환한 적이 있다. 앞으로도 가능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파월 의장은 원래 비둘기파가 아닙니다. 파월 의장은 취임 이후 옐런 의장 때 시작한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를 높였으며(2017년 3회, 2018년 4회), 양적 완화(QE)로 늘어난 자산을 축소하는 양적 긴축(QT)을 본격적으로 실시한 사람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긴축을 지속하는 파월 의장에게 "해고할 권한이 있다"라고 위협했고 "파월 의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 누가 더 큰 적이냐"라고 비난하기도 했었습니다. QT에 대해 '오토파일럿'(자동으로 계속된다)이라고 말했다가 2018년 12월 증시 폭락을 촉발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급격히 정책을 전환해 2019년 6월부터 다시 금리를 낮췄습니다.
월스트리트나우에서는 지난 9월3일 ‘파월 연임되면 '매파' 전향?…채권왕 "금리 1년 내 2%"’( www.hankyung.com/international/article/202109039218i) 라는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런 일이 가시화되고 있는 겁니다.
미국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내일 기자회견을 하고 중국, 인도, 일본, 한국과 함께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는 계획을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것도 물가 대응 차원입니다. 다만 제대로 될지는 모릅니다. 블룸버그는 이날 "OPEC+가 각국이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면 12월 계획된 증산량 하루 40만 배럴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라고 보도한 것입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0.81달러(1.07%) 오른 배럴당 76.75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다만 JP모간은 보고서에서 "지난 2018년 12월 뉴욕 증시에서는 계속된 Fed의 긴축으로 인해 강력한 매도세가 발생했었다. 이때의 경험에 비춰보면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를 올리는 데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 같다"라고 예상했습니다. ② 시장 안정 및 상원 승인 가능성
경제 운용에 대한 여론 평가가 나쁜 상황에서 증시까지 폭락하기라도 하면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더욱 치명타가 될 것입니다. 루스홀드그릅의 짐 폴슨 수석 투자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선택이 시장을 진정시켰다. 그가 브레이너드 이사를 지명했다면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브레이너드가 됐다면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에 더 느리게 대응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당신이 좋든 싫든, 당신은 파월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당신이 아는 악마는 당신이 모르는 악마보다 낫다”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브레이너드를 임명해) 더 많은 혼란을 일으키고, 시장이 걱정하게 할 필요가 있었겠는가"라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파월은 상원 청문회 통과도 거의 보장되어 있습니다. WSJ은 4년 전 그의 임명에 찬성 투표한 84명 중 68명이 여전히 상원에 재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민주당원인 브레이너드는 힐러리 클린턴 때 기부금을 낸 경력도 있으므로 상원의 절반인 50석을 가진 공화당에서 반대할 가능성이 크지요. 또 인플레이션을 더 높일 것이란 우려도 큽니다.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인 셰로드 브라운 의원(민주)과 위원인 팻 투미(공화) 의원은 파월 선임 소식이 나온 뒤 즉각 환영한다는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③ 다른 3명의 이사 선임으로 충분+브레이너드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 등 민주당의 진보파는 파월 의장 연임에 반대해왔습니다. 기후변화 대응 등 민주당의 주요 정책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그런데도 바이든 대통령이 파월 재선임을 밀어붙인 건 여전히 Fed 내에서 민주당의 영향력을 확대할 방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서 "Fed 이사회에는 은행 감독 담당 부의장이란 중요한 직책을 포함해 여전히 채워야 할 자리가 3석 남아 있다. 대통령은 12월 초부터 새로운 임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은행 감독 담당 부의장이던 랜들 퀄스는 이달 초 올해 말 Fed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한 상태입니다. 공화당 추천으로 임명된 뒤 은행 규제 완화를 주도해온 그에 대해 민주당에서 사퇴 압력이 높았던 탓입니다. 또 다른 부의장인 리처드 클라리다는 내년 1월 임기가 끝납니다. 통상 의장이나 부의장을 하다가 연임되지 않으면 물러나는 게 일종의 관행입니다. 여기에 하나의 자리는 원래 공석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날 은행주들은 급등해 업종 지수가 1.43% 오른 채 마감됐습니다. 한때 2%가 넘게 올랐습니다. 브레이너드가 은행 담당 부의장이 아니라, 그냥 부의장에 선임된 덕분입니다. 하지만 은행 담당 부의장으로 더 진보적인 사람이 선임될 수도 있습니다. 이날 워런 의원은 파월에 대한 반대표를 행사할 것임을 밝히면서 "아직 비어 있는 감독 부의장 자리를 채우기 위한 바이든 대통령의 다가오는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웰스파고의 마이크 마요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이번 발표로 내년에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고 더 높은 단기 금리는 은행 주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파월 의장 재선임(브레이너드 탈락) 소식으로 오전 9시께 금리가 크게 올랐습니다. 1.54% 선에 머물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58% 수준으로 뛰었습니다. 그리고 오전 11시 30분부터는 추가 상승해 1.637%까지 치솟았습니다. 결국, 전날보다 8bp(1bp=0.01%포인트) 가량 오른 1.630% 수준에 마감됐습니다. 특히 기준금리의 영향을 받는 5년물은 10bp 가까이 올라 1.32%대로 급등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Fed 워치 시장, 유로달러 등 스와프금리 시장, 물가연동채권 등에서도 기준금리 인상을 점치는 베팅이 힘을 얻었습니다. 파월 의장 선임으로 인해 통화정책이 (브레이너드가 의장이 됐을 때에 비해) 긴축 가능성이 높아진 탓입니다. 이날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테이퍼링은 석 달 내로 끝내고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이날 예정됐던 1170억 달러 규모의 막대한 국채 입찰이 시행된 게 금리 상승세에 휘발유를 부었습니다. 오전 11시 30분에 발표된 570억 달러 규모의 2년물 입찰에서는 낙찰 금리가 0.623%로 발행 당시 시장금리(WI) 0.612%보다 1.1bp 높았습니다.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에 수요가 줄어든 탓입니다. 또 오후 1시에 발표된 580억 달러 규모의 5년물 입찰에서도 낙찰 금리가 1.319%를 기록해 발행 당시 시장금리(WI) 1.309%보다 1bp 높았습니다.
이처럼 금리가 이단 상승을 하자, 장 초반 한때 1.2%까지 치솟던 나스닥은 오전 11시 40분께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그리고 내림세를 이어가더니 결국 1.26%나 내린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S&P500 지수는 0.32% 내렸고 다우만이 가까스로 0.05% 상승세를 유지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Fed는 결국 의장이 좌우하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향후 4년을 결정할 큰 폭의 변화를 결정짓는 것으로 보면 된다"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을 우선순위에 뒀고 파월 의장도 이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금리는 점진적으로 오를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금리가 오르고 유동성이 증발할 가능성에 금값이 한 때 2% 이상 하락하고,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도 급락했습니다.
파월 의장 선임과 관련 블룸버그TV는 골드만삭스의 얀 헤치우스 수석 경제학자와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크 캐버나 금리 전략 헤드를 인터뷰했습니다. 무슨 일이 생길지에 대해 많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를 그대로 전합니다.
골드만삭스의 얀 헤치우스 수석 경제학자는 "파월 재선임은 적어도 통화정책에 관한 한 무언가는 연속성과 매우 강력한 통일감을 제공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파월이 연임된 만큼 내년 7월, 11월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헤치우스는 "내년 중반에도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매우 높을 것"이라며 "통화정책을 전환하는 게 자연스럽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 속도를 높일 것으로는 보지 않았습니다. 헤치우스는 "12월 회의에서 논의하겠지만 더 빠른 테이퍼링을 보게 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지금 속도를 고수하고 일단 그 끝에 도달하면 금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는 테이퍼링을 높일 조건에 대해 "인플레이션에서 상당한 상향 서프라이즈를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예측은 올해 말까지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이 연 4.3~4.4%에 달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Fed의 1순위 화두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마크 캐버나 금리 전략 헤드는 "파월 의장 재선임 발표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더 많은 확신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시장에서는 내년에 거의 세 번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격에 책정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동안 Fed 지도부는 백악관의 (의장 선임) 결정을 기다리는 동안 다소 인플레이션 대응에 제약을 받았다. 오늘 발표를 통해 Fed가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을 인식하고 대응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Fed의 매파 성향이 조금 더 강해짐에 따라 실질 금리가 오르기 시작할 위험이 있다. 오늘의 파월 의장 재선임 발표를 고려해야 한다"라면서 "이것이 '변화'의 시작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Fed가 실제로 태도를 바꾸겠다는 매파적인 신호를 보내면 인플레이션에 대해 더 걱정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약간씩 실질 금리가 높아지면 이는 위험 자산에 역풍이 될 것이다. 더 높은 실질 금리가 실제로 위험 자산에 제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그도 12월 FOMC에서 테이퍼링 속도를 높일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조금 이른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① 정권을 위협하는 인플레이션 위험
백악관이 파월 의장 재선임 소식을 전하면서 낸 성명서에는 흥미로운 구절이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저는 파월 의장과 브레이너드 이사가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확신한다. 완전 고용을 제공함으로써 우리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질 것"이라고 밝힌 겁니다. 즉 Fed의 두 가지 책무 가운데 인플레이션을 최대 고용에 앞서 먼저 언급한 것입니다. 이날 오후 1시 20분, 바이든 대통령은 파월 의장과 브레이너드 이사를 불러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파월과 브레이너드는 각각 1분가량 발표 시간을 가졌습니다. 파월은 "언제나 그렇듯이 도전과 기회가 남아 있다. 전례 없는 경제 재개는 전염병의 지속적인 영향과 함께 수급 불균형, 병목 현상, 인플레이션 폭발로 이어졌다. 우리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미국의 가족들에게 큰 타격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경제와 강력한 노동 시장을 지원하고 더 높은 인플레이션이 고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의 도구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브레이너드 이사도 "대통령님, 중요한 시기에 이 책임을 저에게 맡기신 것을 진심으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Fed에 있는 동안 일하는 미국인을 제 노력의 중심에 두겠다고 약속합니다. 이는 미국인들이 일과 소득에 집중할 때 인플레이션을 낮추겠다는 뜻입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둘 다 짧은 메시지에서 전한 핵심은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최악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21일 발표된 CBS-유거브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3%만이 바이든의 인플레이션 관리에 찬성했고 나머지 67%는 반대했습니다. 또 56%는 바이든의 재임에 반대했고 44%만이 찬성했습니다. 설문 참여자의 64%는 미국 경제를 "상당히 나쁨" 또는 "매우 나쁨"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84%가 물가 상승을 그 이유를 꼽았습니다. 설문 대상이 된 여러 가지 정책 가운데 60% 이상이 바이든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답한 건 코로나 백신 배포밖에 없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바이든이 파월 의장 선임에서 인플레이션을 고용에 앞세운 것은 의미심장하다. 파월을 선택한 건 브레이너드보다 인플레이션을 더 잘 다룰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대 고용이 우선순위였다면 브레이너드를 택했을 것이란 뜻입니다.
블랙록의 릭 라이더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트위터를 통해 "Fed는 테이퍼링을 시작하기 위해 놀랍게도 매우 오래 기다렸다. 사실 과열과 인플레이션이 경제의 주요 위험으로 지적되는 지금 유동성이 여전히 시스템에 주입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2022년 봄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월가 추정치보다 더 많이 상승해 1분기에 정점을 찍은 후 내년 하반기에 떨어질 것이다. 이런 인플레이션과 강한 노동 시장 등을 고려할 때 우리는 Fed가 향후 몇 달 내 매파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조기 금리 인상에 앞서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랜드손튼의 다이앤 스웽크 이코노미스트도 이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파월은 과거 통화정책을 급격히 전환한 적이 있다. 앞으로도 가능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파월 의장은 원래 비둘기파가 아닙니다. 파월 의장은 취임 이후 옐런 의장 때 시작한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를 높였으며(2017년 3회, 2018년 4회), 양적 완화(QE)로 늘어난 자산을 축소하는 양적 긴축(QT)을 본격적으로 실시한 사람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긴축을 지속하는 파월 의장에게 "해고할 권한이 있다"라고 위협했고 "파월 의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 누가 더 큰 적이냐"라고 비난하기도 했었습니다. QT에 대해 '오토파일럿'(자동으로 계속된다)이라고 말했다가 2018년 12월 증시 폭락을 촉발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급격히 정책을 전환해 2019년 6월부터 다시 금리를 낮췄습니다.
월스트리트나우에서는 지난 9월3일 ‘파월 연임되면 '매파' 전향?…채권왕 "금리 1년 내 2%"’( www.hankyung.com/international/article/202109039218i) 라는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런 일이 가시화되고 있는 겁니다.
미국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내일 기자회견을 하고 중국, 인도, 일본, 한국과 함께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는 계획을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것도 물가 대응 차원입니다. 다만 제대로 될지는 모릅니다. 블룸버그는 이날 "OPEC+가 각국이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면 12월 계획된 증산량 하루 40만 배럴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라고 보도한 것입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0.81달러(1.07%) 오른 배럴당 76.75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다만 JP모간은 보고서에서 "지난 2018년 12월 뉴욕 증시에서는 계속된 Fed의 긴축으로 인해 강력한 매도세가 발생했었다. 이때의 경험에 비춰보면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를 올리는 데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 같다"라고 예상했습니다. ② 시장 안정 및 상원 승인 가능성
경제 운용에 대한 여론 평가가 나쁜 상황에서 증시까지 폭락하기라도 하면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더욱 치명타가 될 것입니다. 루스홀드그릅의 짐 폴슨 수석 투자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선택이 시장을 진정시켰다. 그가 브레이너드 이사를 지명했다면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브레이너드가 됐다면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에 더 느리게 대응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당신이 좋든 싫든, 당신은 파월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당신이 아는 악마는 당신이 모르는 악마보다 낫다”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브레이너드를 임명해) 더 많은 혼란을 일으키고, 시장이 걱정하게 할 필요가 있었겠는가"라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파월은 상원 청문회 통과도 거의 보장되어 있습니다. WSJ은 4년 전 그의 임명에 찬성 투표한 84명 중 68명이 여전히 상원에 재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민주당원인 브레이너드는 힐러리 클린턴 때 기부금을 낸 경력도 있으므로 상원의 절반인 50석을 가진 공화당에서 반대할 가능성이 크지요. 또 인플레이션을 더 높일 것이란 우려도 큽니다.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인 셰로드 브라운 의원(민주)과 위원인 팻 투미(공화) 의원은 파월 선임 소식이 나온 뒤 즉각 환영한다는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③ 다른 3명의 이사 선임으로 충분+브레이너드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 등 민주당의 진보파는 파월 의장 연임에 반대해왔습니다. 기후변화 대응 등 민주당의 주요 정책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그런데도 바이든 대통령이 파월 재선임을 밀어붙인 건 여전히 Fed 내에서 민주당의 영향력을 확대할 방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서 "Fed 이사회에는 은행 감독 담당 부의장이란 중요한 직책을 포함해 여전히 채워야 할 자리가 3석 남아 있다. 대통령은 12월 초부터 새로운 임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은행 감독 담당 부의장이던 랜들 퀄스는 이달 초 올해 말 Fed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한 상태입니다. 공화당 추천으로 임명된 뒤 은행 규제 완화를 주도해온 그에 대해 민주당에서 사퇴 압력이 높았던 탓입니다. 또 다른 부의장인 리처드 클라리다는 내년 1월 임기가 끝납니다. 통상 의장이나 부의장을 하다가 연임되지 않으면 물러나는 게 일종의 관행입니다. 여기에 하나의 자리는 원래 공석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날 은행주들은 급등해 업종 지수가 1.43% 오른 채 마감됐습니다. 한때 2%가 넘게 올랐습니다. 브레이너드가 은행 담당 부의장이 아니라, 그냥 부의장에 선임된 덕분입니다. 하지만 은행 담당 부의장으로 더 진보적인 사람이 선임될 수도 있습니다. 이날 워런 의원은 파월에 대한 반대표를 행사할 것임을 밝히면서 "아직 비어 있는 감독 부의장 자리를 채우기 위한 바이든 대통령의 다가오는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웰스파고의 마이크 마요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이번 발표로 내년에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고 더 높은 단기 금리는 은행 주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파월 의장 재선임(브레이너드 탈락) 소식으로 오전 9시께 금리가 크게 올랐습니다. 1.54% 선에 머물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58% 수준으로 뛰었습니다. 그리고 오전 11시 30분부터는 추가 상승해 1.637%까지 치솟았습니다. 결국, 전날보다 8bp(1bp=0.01%포인트) 가량 오른 1.630% 수준에 마감됐습니다. 특히 기준금리의 영향을 받는 5년물은 10bp 가까이 올라 1.32%대로 급등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Fed 워치 시장, 유로달러 등 스와프금리 시장, 물가연동채권 등에서도 기준금리 인상을 점치는 베팅이 힘을 얻었습니다. 파월 의장 선임으로 인해 통화정책이 (브레이너드가 의장이 됐을 때에 비해) 긴축 가능성이 높아진 탓입니다. 이날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테이퍼링은 석 달 내로 끝내고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이날 예정됐던 1170억 달러 규모의 막대한 국채 입찰이 시행된 게 금리 상승세에 휘발유를 부었습니다. 오전 11시 30분에 발표된 570억 달러 규모의 2년물 입찰에서는 낙찰 금리가 0.623%로 발행 당시 시장금리(WI) 0.612%보다 1.1bp 높았습니다.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에 수요가 줄어든 탓입니다. 또 오후 1시에 발표된 580억 달러 규모의 5년물 입찰에서도 낙찰 금리가 1.319%를 기록해 발행 당시 시장금리(WI) 1.309%보다 1bp 높았습니다.
이처럼 금리가 이단 상승을 하자, 장 초반 한때 1.2%까지 치솟던 나스닥은 오전 11시 40분께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그리고 내림세를 이어가더니 결국 1.26%나 내린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S&P500 지수는 0.32% 내렸고 다우만이 가까스로 0.05% 상승세를 유지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Fed는 결국 의장이 좌우하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향후 4년을 결정할 큰 폭의 변화를 결정짓는 것으로 보면 된다"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을 우선순위에 뒀고 파월 의장도 이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금리는 점진적으로 오를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금리가 오르고 유동성이 증발할 가능성에 금값이 한 때 2% 이상 하락하고,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도 급락했습니다.
파월 의장 선임과 관련 블룸버그TV는 골드만삭스의 얀 헤치우스 수석 경제학자와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크 캐버나 금리 전략 헤드를 인터뷰했습니다. 무슨 일이 생길지에 대해 많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를 그대로 전합니다.
골드만삭스의 얀 헤치우스 수석 경제학자는 "파월 재선임은 적어도 통화정책에 관한 한 무언가는 연속성과 매우 강력한 통일감을 제공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파월이 연임된 만큼 내년 7월, 11월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헤치우스는 "내년 중반에도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매우 높을 것"이라며 "통화정책을 전환하는 게 자연스럽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 속도를 높일 것으로는 보지 않았습니다. 헤치우스는 "12월 회의에서 논의하겠지만 더 빠른 테이퍼링을 보게 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지금 속도를 고수하고 일단 그 끝에 도달하면 금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는 테이퍼링을 높일 조건에 대해 "인플레이션에서 상당한 상향 서프라이즈를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예측은 올해 말까지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이 연 4.3~4.4%에 달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Fed의 1순위 화두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마크 캐버나 금리 전략 헤드는 "파월 의장 재선임 발표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더 많은 확신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시장에서는 내년에 거의 세 번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격에 책정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동안 Fed 지도부는 백악관의 (의장 선임) 결정을 기다리는 동안 다소 인플레이션 대응에 제약을 받았다. 오늘 발표를 통해 Fed가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을 인식하고 대응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Fed의 매파 성향이 조금 더 강해짐에 따라 실질 금리가 오르기 시작할 위험이 있다. 오늘의 파월 의장 재선임 발표를 고려해야 한다"라면서 "이것이 '변화'의 시작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Fed가 실제로 태도를 바꾸겠다는 매파적인 신호를 보내면 인플레이션에 대해 더 걱정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약간씩 실질 금리가 높아지면 이는 위험 자산에 역풍이 될 것이다. 더 높은 실질 금리가 실제로 위험 자산에 제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그도 12월 FOMC에서 테이퍼링 속도를 높일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조금 이른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