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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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1년 독일 헤센주 하나우시(市) 출신으로 미국에 이주한 찰스 엥겔하드는 귀금속 전문가였다. 미국 기업 플래티넘은 그를 영업담당으로 영입했다. 플래티넘에서 프로젝트가 끝난 뒤 그는 미국에서 1902년 귀금속 회사인 크로스미어를 시작으로 1903년엔 아메리카 플래티넘 웍스도 설립했다. 1904년 백금 제련 기업 베이커앤코, 1905년 하노비아화학을 잇달아 인수하며 세계 최대의 백금·황금·은을 정련 및 가공하는 기업이 됐다.

그의 아들 엥겔하드 주니어는 아버지와 달리 일찌감치 아프리카로 눈을 돌려 광산을 개발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광산에서 구입한 금으로 종교적인 물건을 만든 뒤 수출해 큰돈을 벌었다. 부친이 세상을 떠나자 1958년 가족의 모든 지분을 모두 합쳐 엥겔하드 인더스트리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시켰다. 1963년에는 비금속 기업 지분을 인수하며 국제적인 광물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 요소수 대란을 일으킨 질소산화물 환원 촉매장치(SCR)도 엥겔하드가 먼저 개발했다. 1957년 엥겔하드 코퍼레이션은 이 장치의 특허를 처음 획득했다. 이후 1960년대 초반 일본과 미국에서 저렴하고 내구성이 뛰어난 촉매제 연구가 많이 진행됐다. 1978년 일본의 이시카와 하리마 중공업(IHI)은 대규모 SCR을 설치하기에 이르렀다.

자동차에 SCR이 들어온 것은 질소산화물 규제가 강화된 2010년대 초반부터다. 디젤 엔진은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 고온 연소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질소산화물이 많이 배출된다. 질소산화물 저감을 위해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를 장착해 엔진 내 온도를 낮추자, 효율 감소 및 매연 증가가 나타났다. 이에 따라 매연여과장치를 부착하고 질소산화물을 추가로 잡기 위해 요소수를 환원제로 쓰는 SCR이 추가됐다. 디젤 엔진을 쓰는 차는 요소수를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일시적으로 요소수 대란은 피한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이면을 들춰보면 잠재적 위험이 여전하다. 결과적으로 국내 기업이 요소를 생산하기로 결정했지만, 고민이 많다. 국내 생산을 재개했을 때 누군가 저렴한 요소를 해외에서 가져오면 경쟁력이 사라지는 탓이다. 그렇다고 만들지 않을 수도 없다. 중국의 수출 금지 조치가 또 나오면 요소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또 자동차 제조사들은 SCR 추가 부착으로 디젤 배출 기준 강화에 대응하고 있어 요소수 사용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국내 생산 요소에 보조금을 지급하자는 얘기가 나오지만 공정성에 대한 문제도 있다. 모든 운전자가 아니라 디젤차 보유자에게만 지급돼서다. 차라리 그 돈으로 수소전기 화물차를 서둘러 보급하는 게 낫다는 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1L의 요소수를 지원하는 보조금은 적을지 모르지만 디젤 엔진이 있는 한 관련 지원금이 계속 나갈 것이다. 이 예산을 수소 충전망 확대에 힘쓰자는 게 탄소중립에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요소수가 일깨운 중간 에너지의 중요성
과하게 속도를 낸 정책 전환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모빌리티 산업에서 전동화를 완성하려면 중간 다리 역할도 중요한데 이를 간과했다는 것이다. 요소수를 사용하지 않는 액화천연가스(LNG) 트럭, 내연기관과 전기 승용차의 가교 역할로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의 중요성을 애써 외면했다는 점이다. 요소수 사태도 생산 대안 등 중간 다리가 없어 벌어진 극단적인 사례이니 말이다.

권용주 <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