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개발업계에 규제 법안 들이대고
3기 신도시 진척 속도도 '지지부진'
"우리 정부는 역대 정부보다 입주 물량이 많고 인허가 물량도 많고 계획되고 있는 물량도 많습니다. 부동산 가격은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 하락 안정까지 보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2021 국민과의 대화'에서 현 정부의 주택 공급 물량이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많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도 통계를 제시하며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주택공급 물량은 준공 기준 연 54만6000가구다. 준공 기준으로 주택공급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노무현 정부(36만3000가구), 이명박 정부(35만7000가구), 박근혜 정부(45만가구)보다 많은 물량이다.
현 정부가 내놓은 공급 계획에서 예정된 물량은 총 205만 가구다. 민간 공급분까지 합치면 향후 10년(2021~2030년)간 공급예정 물량은 연평균 56만3000가구에 달해 역대 최대 수준이다. 그럼에도 시장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정부가 공급확대를 추진하면서도 동시에 규제강화 카드를 집었기 때문이다. 예정된 공급 물량이 충실히 이행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국민과의 대화에서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로 서민들이 직접 피해를 입거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근래에 불로소득, 초과이익 환수와 관련해 여러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국회에도 더불어민주당이 '개발이익환수 3법'을 추진 중이다. 조응천·강준현 의원 등이 발의한 도시개발법 개정안과 개발이익환수법 개정안, 김교흥·김윤덕 의원 등이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도시개발법 개정안은 민관 합작 도시개발사업에서 민간이익을 총사업비의 10%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발이익환수법 개정안은 현행 20% 수준인 개발부담금 부담률을 두 배 이상 올리고 감면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주택법 개정안에는 공공지분이 50%를 넘어가는 택지를 공공택지로 지정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발이익환수 3법은 주택 가격을 낮추기 위해 마련된 법안들이지만, 주택 공급이 위축될 우려도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민간 개발업자들은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도시개발사업에 참여할 이유가 없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도시개발사업은 최소 10년이 걸린다. 막대한 부담금을 지면서 수익률까지 제한이 걸리면 굳이 참여하려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대장동 사건이 주목을 받아서 그렇지 대부분의 민관합작 사업 수익률은 높지 않다. 여기서 부담금을 더 늘리고 금리마저 높아진다면 민간이 개발에 참여할만한 유인이 부족해진다"고 말했다.
당분간 실제 공급될 입주 물량이 없다는 것도 시장의 불신을 사는 요인이다. 문재인 정부는 초기 수요 억제에 집중하면서 3~4년간 신규 인허가 물량이 대폭 감소한 바 있다. 아파트가 준공되려면 인허가를 받고 3년 정도 지나야 한다. 이번 정부의 준공 물량 증가가 실상은 지난 정부의 인허가 물량에 기인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 경우에도 이미 개발된 분양 분 외에는 2025년 이전 입주 물량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3기 신도시 가운데 토지보상이 완료된 곳은 지난해 12월 보상에 착수한 하남교산·인천계양 두 곳 뿐이다. 부천대장은 지구계획도 아직 승인되지 않았고 남양주왕숙·고양창릉·부천대장은 현재 보상액 산정을 위한 감정평가가 진행 중이다.
하남교산과 인천계양은 토지 보상에만 1년 가량 걸렸다. 이를 감안하면 나머지 지역의 토지 보상도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보상을 마치고 공사에 들어가더라도 준공은 2025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토지주들이 감정평가제도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보상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입주를 기다리는 사전청약 당첨 무주택자들에 전세난이 심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여전하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공급했다는 주택 물량에는 선호도가 떨어지는 연립이나 다가구·다세대 주택 비중이 높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아파트 공급을 빠르게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토지 보상은 지지부진하고 민간 개발업자의 참여 유인까지 떨어뜨리고 있다. 수요에 맞춘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