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평가에도 일부에서는 '민주화 초석' 등으로 미화…물의
[전두환 사망] 대구공고 동문들 "5·18 책임 규명 계속해야"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한 23일 모교인 대구공고 동문들은 전씨에 대한 일반의 평가를 의식했기 때문인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전 전 대통령은 1951년 이 학교를 졸업했다.

대구공고 관계자는 "뉴스를 통해 사망 소식을 들었다.

역사적 평가가 진행 중인 인물과 관련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40∼50대 등 비교적 젊은 층의 동문들은 "전씨가 사망했더라도 12·12군사반란과 5·18에 대한 책임 소재 규명은 계속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40대 졸업생은 "총동창회 체육대회 때마다 전씨 부부가 참석하고, 일부 나이 많은 동문들이 '각하' 호칭을 쓰면서 극진한 대접을 하던 생각이 난다"며 "끝내 5·18 무력진압에 대한 진실 규명을 외면한 그에 대한 평가는 동문회 차원에서라도 새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에서 만난 3학년 재학생 A군은 "잘못한 일이 많지만 그래도 선배인데 돌아가셨다니까 기분이 착잡하다.

하지만 잘못한 것도 많고 반성할 부분도 많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모두 남기고 가서 안타깝고 허망하다"고 말했다.
[전두환 사망] 대구공고 동문들 "5·18 책임 규명 계속해야"
전씨는 대통령 재임 때부터 모교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지금도 대구공고 교정에서는 전씨가 재임 중이던 1986년 모교 방문을 기념해 심은 나무가 남아있다.

그는 퇴임 후부터 2010년대 전후까지 대구공고 총동창회 체육대회나 골프 대회에 일행 여럿과 함께 거의 매년 참석하는 등 동문 행사에 자주 얼굴을 비췄다.

동문에 대한 전씨의 이런 애착 때문인지 개인이 전씨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하는 일은 드물었지만, 학교나 동문회측은 전씨를 높이 평가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학교측은 전씨에 대한 평가가 끝나지 않은 2009년 '모교를 빛낸 동문'이라는 제목으로 전씨와 노태우(대구공고 전신 대구공업중 졸업)씨 등의 사진을 본관 현관에 내걸었다가 비난을 샀다.

2012년에는 대구공고 운동장 뒤쪽에 대구교육청 예산으로 지은 건물에 총동창회가 '전두환 전 대통령 자료실'을 개관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자료실에는 전씨의 흉상과 군모·군복·지휘도, 생활기록부 등이 전시됐고, 대통령 집무실 형태를 본뜬 소규모 사무실이 마련되기도 했다.

이 자료실은 논란 끝에 폐쇄됐다.

자료실로 사용하던 장소는 현재 대구공고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지만 사망소식이 전해진 23일 오전 문이 잠겨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

반성하지 않은 전씨와 그에 대한 부적절한 미화를 이어가려 한 대구공고 동문회에 대한 논란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대구공고 홈페이지 동문마당은 2013년 군사반란이나 광주항쟁 무력 진압에 대한 언급을 뺀 채 "역대 대통령 누구도 실현하지 못한 '단임제'를 실천해 한국 정치 민주화에 불멸의 초석으로 기록됐다"고 전씨를 소개했다.

전씨에 대한 부적절한 평가에 비난이 거세지자 학교측은 "동문마당은 동문회가 운영해 학교와 관련이 없다"며 발을 빼기도 했다.

한편 대구공고측은 노태우 전 대통령 사망 때 모교인 경북고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방역 등을 이유로 별도 분향소를 마련하지 않기로 했다.
[전두환 사망] 대구공고 동문들 "5·18 책임 규명 계속해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