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11월 23일 대국민 사과 뒤 백담사로…2년여간 머물러
[전두환 사망] 33년전 속세 등지며 백담사 은거 시작한 날 세상 떠나
우연일까 필연일까.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한 23일은 33년 전 그가 잠시 속세를 등지고 강원도 인제 백담사에서 은거를 시작한 날이기다.

전 전 대통령은 1988년 11월 23일 5·18과 5공 비리 책임자 처벌 요구가 거세지자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부인 이순자 씨와 함께 백담사로 향했다.

전 전 대통령이 퇴임한 지 9개월 만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이때부터 2년여간 백담사에서 은둔 생활을 했다.

전씨 부부가 백담사에 머무는 동안 법당에서는 측근, 친인척, 신도 수백 명이 모인 가운데 전 전 대통령의 은거 2년 기념법회가 열기도 했다.

전씨 부부는 1990년 12월 30일에야 산사 생활을 청산했다.

당시 백담사에서는 100여명의 스님이 모여 송별 예불을 열고 전씨 부부를 환송했다.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씨에는 이후에도 종종 백담사를 찾았다.

1995년 12월 전 전 대통령이 결국 구속되자 이 씨는 아들, 며느리 등과 백담사를 찾아 예불하고 며칠간 머물기도 했다.

백담사는 만해(萬海) 한용운 선생이 정식 출가한 절로 유명하며, 전 전 대통령과 관련해 여러 구설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이 은거한 백담사 화엄실에 전씨 부부가 쓰던 물품들이 오랜기간 보관돼 '유배 관광지'가 되기도 했다.

백담사는 지난 2019년에야 30년간 보존해온 전씨 부부의 의류, 목욕용폼, 거울, 이불, 화장대, 촛대 등을 철거했다.

/연합뉴스